그 소리가 어디서 오는지는 알 수 없었어.
그건 말도 아니었고, 침묵도 아니었으니까.
그저 알아봐 줄 때까지, 줄기차게 나를 불러댔지.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서 다만 그 소리를 따라 가다보면
어느 순간 길 위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어.
‘아, 내가 대체 여기서 뭐하고있는 걸까?’
의심이 덜컥 나 가끔 귀 막고 모른 척 할 때가 있었지.
그럴때면 몸이 아파오더군. 허리가 터지고, 위가 꼬이고, 심한 편두통이 찾아와 나를 두드려대었어.
하릴없이 다시 그 소리에 귀 기울일 수 밖에 없었지.
두려워졌어. 이 소리가 대체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걸까...
6월 초여름 저녁. 해질 무렵이었어. 시안의 성벽을 따라 걷고 있었지.
참 좋더군. 길게 뻗은 성벽길을 따라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밤을 따라 등불이 하나둘 밝혀졌지.
도시 전체가 그 고요속으로 아늑히 빠져들어갔어. 고즈넉한 밤이었지.
'그 소리'가 내게 말 걸어오더군.
아무 조건 없이, 아무 이유 없이 날 그냥 믿어주면 안되겠니?
-어떻게 하면 되는데? (내가 물었어.)
간단해. 토 달지 말고, 이유 찾지 말고, 거부하지 말고, 네 느낌을 따라가. 저 안에서 나오는 느낌 말야.
-지금까지 그랬는걸?
아냐, 여전히 넌 두려워하고 있다고. 널 놓아버리는 것에 대해. 널 놓아버리면 아무것도 없을까 봐 무서워하지. 널 놓으면 거대한 어둠이 생길 거야. 그러나… 그 안에 뭔가가 들어서게 될 거야.
네가 한번도 본적도 느껴본 적도 없는 것.
그걸, 따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