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달라서 고민이라구? 달라서 싫다구?
"어, 나 그쪽 TV에서 본거같은데... 맞죠?"
운.동.선.수.중학교때 갑자기키가 15센티가 커, 장신이 된 이후로, 진짜. 내가. 안들어본 선수가 없어.
골프 선수, 축구선수, 배구 선수, 농구선수, 테니스선수, 레슬링선수, 태권도선수. ....

고3 수능 끝나고 유도를 배워볼까 갔더니, 관장이 나를 보며 대뜸 이러더라.
"아... 쫌만 빨리오지.국가대표로 만들어줄수도 있었는데. "공원에서 운동하려고 몸 풀고 있으면, 뒤에서 아줌마들이 막 따라하기 시작해. 전문선수 같다나? 수영장에 수영배우러 가면, 다른 수강생들이 인사하지. 수영선생인줄 알았다나? 놔, 이걸 대체 내가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거야? '덩치좋다, 운동선수냐' 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내가 매력이 없구나' 이렇게 느껴져서 너무 싫었어. 오랫동안 내 몸은 엄청난 열등감이었어.
안탈랴는 지중해 바로 옆에 있는 도시인데, 온화한 기후 덕에 휴양지로 유명하지. 정말 눈앞에, 푸르른 지중해가 쫙~~~펼쳐지는데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더라. 한참을 구경하다보니 배가 고파졌어.
근처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잡고 앉았는데, 왠 아저씨가 날 보더니 대뜸 말해.
"동양인들은 다 작던데 넌 크구나, 다르구나.”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 이상하다는 게 아니라, '아 넌 남들과 다르게 크구나, 좀 다르구나' 그냥 있는 대로 받아들여주는 느낌이었거든. 기분이 좋게 대답했지.
밥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유난히 몸이 작은 한 남자가 앉았어. 얼굴은 분명 삼십대인데, 키가 130cm가 되려나? 어른 얼굴에, 몸이 초등학교 2학년쯤 되어보이니 이상했지. 마치 이런 모습이었어.
그의 남다른 몸에 자꾸만 눈길이 갔어. 다르니까, 이상하게 자꾸 보고 싶더라고.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밥 먹으면서 모두 흘끔거리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는 그런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 할일 다했어.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즐기고, 신문까지 다 보고 난 뒤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버렸지.
그 남자 보면서, 다르다는 걸 다시 생각했어. 한국에선 '다르다different'와 '틀리다wrong'을 굳이 구분해서 쓰지 않잖아? 실은 둘 사이엔 정말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는데 말야. 나 역시도 그동안 '다르다'는 걸 '열등한 것 내지 틀린 것'으로 여겼거든. 그래서 더 주눅 들었고 말야.
그런데 오늘 그 남자는 그렇지 않더라고. 자기가 남과 다르다는 사실에 움츠러들지 않았어. 오히려 자기에게로 쏟아지는 시선을 즐기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지. 사람들은 남다르다는 것에 본능적으로 끌려. 자꾸 시선이 가고 호기심이 생기는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타고나길 남달라서, 시선을 끌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거잖아? 이렇게 보면 '다르다'는건, 그 자체로 엄청난 에너지더군. 이를 아주 멋지게 해석해낸 글이 있어.
“프라이드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동안 나는 다른 글이나 책에서 프라이드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자기 방식이 있고, 자기 방식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프라이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한 말은 지금 생각해보면 틀린 말이었다. 프라이드를 얻는 방법? 그런 것은 애초부터 필요 없는 일이었다. 프라이드는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남들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이 바로 자신의 프라이드다.
(<개인독립만세>, 김지룡 저 발췌)
내가 그걸 직접 경험했어. 여행하면서 내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거든. 내 골상(체형, 골격)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었고 "와,모델같아요.", "참 당당보이세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기더라구. 이젠 누가 내 몸에 대해 뭐라고 하면, '아, 내 골격이 너무 멋져서 한마디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구나' 해석해. ^^ 물론 "니가 달라서 넘흐 좋아" "오, 아름다워요" 라며 따라다녀준 수많은 세계 남자들의 공로가 지대했지.ㅎㅎ 남들과 달라서 고민인 내 몸이 실은 엄청난 강점이었더라구. 난 무려 '골상 멋지다'는 말을 듣는 여자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