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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May 06. 2017

끝내주는 로컬밴드, '투쿠 디지리두 밴드'

'무엇'을 하느냐보다, '왜' 하느냐가 중요해


이  끝내주는 친구들을 보게 된건, 정말이지 우연이었다. 


친구와 저녁약속이 어긋난 바람에 하릴없이 거리를 걷다, 타패게이트쪽으로 가게 되었다. 타패게이트는 치앙마이에서 가장 핫한 장소 중 하나로 뭔가가 일어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사람들이 늘 지나다니고 모여들기 때문이다.  

언제나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북적이는 타패게이트 전경. 타패게이트Thapae gate는 치앙마이 4대 성문 중 동문에 해당한다.

마침 여러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있는게 보였다. 뭐지? 가까이 가보니 한 음악밴드가 연주중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타악기 젬베도 있었고, 독특하게 튜닝된 기타소리도 있었다. 그런데 나머지 악기가 독특했다.

바로 디지리두Digeridoo!

디지리두는 이렇게 생겼다!


디지리두는 호주원주민의 전통악기로 소리가 매우 특이하다. 유칼립투스 나무를 베어내 속을 파낸 뒤 그 나무를 통째 악기로 사용한다. 소리가 매우 낮아서 마치 뱃소동 소리나 지하세계에서 울리는 소리처럼 들린다. 악기 자체도 사람키만큼 긴데다, 공기를 진동시켜 나오기 때문에 소리 내기도 힘들고 괜찮은 연주를 하기란 더욱 어렵다. 그런데이친구들은 정말 잘했다. 호주에서도 여러 연주자들을 봤는데, 이 친구들은 정말 실력이 있었다. 


그런데 악기만 독특한게 아니라, 이들 밴드 구성원들은 더 특이했다! 

이 밴드의 이름은 투쿠 디지리두 밴드Tuku Degiridoo band. 동양 친구, 서양 친구가 섞여 있는 인터내셔널 밴드다

 4명의 디지리두 연주자와 1명의 기타리스트, 1명의 젬베플레이어로 구성돼 있는데 하나같이 외모부터 범상치 않았다. 옷차림은 완전 히피에 머리를 레게스타일로 땋았고 맨발차림이었다. 

그중에 기타치는 연주자는 더 기괴했다. 마치 노틀담의 곱추에 나오는 주인공 같았다. 1미터가 될까 싶은 작은 키에 머리를 50cm로 높이 올렸고, 얼굴은 마이클잭슨을 닮았다. 그런데 기타 연주를 무척 잘했다. 클래식도 아니요, 통기타 스타일도 아니요, 락밴드도 아니요, 뽕짝도 아닌...  제 3의 장르였다. 그런 식의 기타 소리는 들어본적이 없었다. 

사진 왼쪽이 기타리스트. 개성이 매우 뚜렷하다

그들의 기괴한 모습과 디지리두의 기괴한 음은 매우 잘 어우러졌다. 매우 개성이 강한 이 밴드는 모든 곡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했다. 음악에 푹 빠진 채 연주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아, 이 친구들은 진짜 자기가 하는 걸 사랑하는구나.

자기가 지금 뭘하고 있는지 아는 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구나.   


관객 중 하나가 불쇼를 할 줄 알아 함께 즉흥연주 중. 


그걸 느끼는 순간부터는 이 친구들의 겉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디지리두에서 흘러나오는 진동에 세포가 흔들렸고, 그들에게서 흘러나온 에너지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 친구들의 연주를 약 한시간 ~한시간 반가량 지켜보면서 내심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내게 매우 중요한 사실 하나를 일깨워주었다.


바로 '무엇을 하느냐보다, '왜'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테드TED에서  <위대한 리더들이 행동을 이끌어내는 법> 제목의 유명한 강연이 있었는데, 그의 요지가 바로 WHY의 중요성이었다. 경영 컨설턴트인 사이먼사이먼 시넥 Simon Sinek'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밀로 '골든서클'이란 개념을 소개하면서, '왜'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무엇을 하느냐'는 생각만큼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왜'라는 것이다. 중요한 개념이므로 조금 소개를 하고 가겠다. 

사이먼 시넥 Simon Sinek


골든서클은 What - How - Why로 연결되는 일련의 논리흐름이다. 'What'은 만드는 제품, 물건, 결과물을 뜻하고, 'How'는 그를 만들어내게 된 과정, 'Why'는 what을 만들어내게 된 근본적인 이유 혹은 목적, 신념을 뜻한다.  시어먼이 밝혀낸 것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보통의 사람들은 What -> How -> Why 순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반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그와 정반대 순서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골든서클 개념도 / 이미지출처 :https://brunch.co.kr/@jade/235

그 대표적인 예가 애플이다. 애플은 자신들의 제품을 파는대신 자신들의 신념을 팔았다. 그들이 접근하는 방식은 이렇다. "우리는 기존의 현상에 도전하고 다르게 생각합니다. 기존의 현상에 도전하는 우리의 방식은 제품을 아름답게 디자인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우리는 훌륭한 컴퓨터를 만들게 되었어요. 구입하시겠어요?"라고. 그저 컴퓨터 회사일 뿐인 애플은 자신들이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세상에 알리는데 성공했고,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로 매김했고, 덕분에 그들이 만드는 모든 제품들은 늘 혁신적이라는 마크를 달게 되었다.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Why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광고는 이런 식이다.  


이 광고는 당시 최강기업이었던 IBM의 슬로건인 '생각하라(Think)'를 비틀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왜'는  태도, 신념, 마음가짐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귀신같이 느낀다. 열정, 재미, 사랑, 행복...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런 요소가 바로 '왜'에서 흘러나온다. 사람들이 미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왜 하느냐'가 확실하면, 그 자신이 먼저 그 일에 빨려들어가게 된다. 


"사람들은 당신이 하는 '일'을 사지 않아요. 대신 당신이 그걸 왜 하는지 '신념'을 삽니다. 그것이 그들에게 영감을 주고 따르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죠."  
- 사이먼 시넥 


이들 밴드의 연주에서 느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이들의 음악에선, 이들의 생김새도, 이들의 국적도, 이들이 심지어 뭘 연주하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디지리두 밴드라는 것도 중요하지 않았고, 'What무엇'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그들이 악기를 가지고 노는 방식이 매우 흥겨웠고, 그들의 연주에는 강렬한 힘이 있었다는 것이다.  

주로 자신들의 곡을 연주했지만, 관객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잼Jam (즉흥연주)를 시도했다. 위는 한 관객이 나와서 젬베를 치고 그와 잼을 하는 장면


나는 밤잠이 많아서 야간활동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순전히 그들의 음악을 듣기 위해 나는 매일밤 밤거리를 30분이나 걸어가서 음악을 듣고 자정이 다돼서 숙소로 돌아오곤 했다. 디지리두 소리를 듣고 싶었던게 아니었다. 나는 그들의 에너지에 끌렸다. 너무 좋아서 음악에 미쳐있는 그들의 에너지가 늘 나를 가슴뛰게 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가치 있는가 없는가를 따지는 건 '하수'이며,

진짜 '고수'는 그 가치를 따지기 전에 이미 자신이 하고 있는 그 일을 최고로 만들어버린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에너지를 공명하게하게 만드는 건 언제나 '왜'에 있다. 

이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밴드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치앙마이에 간다면, 타패 게이트에서 연주하고 있는 이들의 음악을 꼭 한번 들어보길 권한다. 

단, 연주 일정은 불규칙하다. 자주 나오긴 하지만, 안내키면 안나오는 듯 하다. 이들이 해외공연을 가는 경우도 있다. 그냥 저녁 8시~10시 사이 타패게이트를 어슬렁 거리다가 운 좋으면 듣는거고, 아님 못 듣는 거다.ㅎㅎ

아래 페북 페이지에 가면 연주 동영상이 일부 올려져 있다. 


#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TuKu-didgeridoo-band-in-Chiang-mai-501582040043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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