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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Aug 25. 2017

이타카

길 위에서 이미 현자가 되었으니, 이제 목표가 줄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방황, 나를 찾는 길, 글리 놀이터 : 네이버 블로그                                                                                                                                                                                                                                                                                                                                                                                                                                                                                                                                                                                                                        

언제나 내 심장을 두근대게 만들고, 
당장이라도 모험의 여정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시 한편을 소개한다.

네가 삶의 길로 나설 때, 기도하라. 
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네가맞이할 여름날의 아침은 수없이 많으니
삶의여정에서 흥분되는 시장에 이를 때 마다 
잠시 길을 멈추고
어여쁜 물건들을 사라. 
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온갖 관능적향수들을 
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 
삶의 냄새를
모험과 배움의 구석구석 배어 나오는그 먼지 냄새를 
그 배움의 즐거움을. 

네가 이를 곳을 마음에 두라.   
네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라. 
비록 네 갈 길이 오래더라도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목표만이 너를 이루게 할 것이라 생각지 마라. 

삶은 너에게 이미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했고, 
그것이 없었다면 너의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을것이니 
목표가 이제 너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현자가 되었으니 
비로소 삶의 가르침을 이해하게 되었구나. 


Endless, but already Completed Journey (www.flickr.com 출처)

                       


 위 시는 그리스 시인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의 <이타카>를 구본형 선생이 개작한 것이다. 

그는 어느 날 남해의 푸른 바다를 보던 중이었다. 바다의  푸르름에 지쳐 이 시를 읽었고, 그러다 문득 몇 군데 고쳐보고 싶었다고 했다. 나는 원본보다 이 개작본이 훨씬 마음에 든다. 개작본에선 10년을 바다에서 헤매었던 오디세우스의 모험의 열기도 느껴진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받게 된다. 그때부터 엄청난 시련이 겪게 되는데.... 사이렌의 유혹을 견뎌내고, 외눈박이 거인에게 잡혀먹을 뻔하고, 마법에도 걸리지만 오디세우스는 언제나 모든 위험에서 빠져나온다. 그에게는 '이타카'라는 고향, 즉 돌아가야할 목표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목표를 놓치고 자신을 잊어버리는 일을 막아주었다. 

나 역시 오디세우스의 10년 여정과 맞먹는 방황의 여정을 지나왔다. 사실 나는 포세이돈의 노여움, 그 누구의 노여움도 받지 않았는데, 왜 그토록 헤매야 했던까? 

결국 나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내면에 잠들어 있는 '누군가'가  끊임없이 나를 불러댔다. 그를 만나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과 누군지 알지 못하는 그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나를 끊임없이 잡아당겼다.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무슨 일을 하든 상관 없었다. 내 진짜 여정은 그를 만나고부터 시작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내 앞에 어떤 세상이 있든,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나는 나에게로 가는 여정을 멈추지 않았고, 그 길에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이 여정 자체가 바로 나였다는 걸. 


길을 잃고 나서야 세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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