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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하는 자의 비급

피하지않아, 일어서서 온몸으로 맞이 하는거지

by 김글리

칠레 해변가.

바다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니,

두 부류로 나뉘었다.

물과 노는 사람/ 물과 놀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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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파도를 타는 사람/ 파도를 타지 않는 사람이 보였다.



파도를 타는 이들은 파도를 찾아나섰다

파도가 오는 때를 기다려 몸을 파도 속으로 던진다. 파도가 오면, 몸을 일으켜 그를 맞이한다.

그들은 파도와 논다. 파도가 거칠수록 클수록 재미도 커진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다,

마침내 파도를 관통하고

파도와 하나가 되는 순간이 있다

이들은 신이 나서 말해.

"이봐, 내가 오늘 얼마나 큰 파도를 만났냐면 말야~휴, 장난 아니었다구!!"

서핑 C_jesus_flickr.jpg


파도를 무서워하는 이들은 파도가 오면 등을 돌렸다.

멀어지려 애쓰다, 파도에 등을 떼밀리거나 두드려맞고 넘어진다. 울음이 터진다.

파도가 크면 클수록, 두려움도 커진다.

이들은 파도에 뒤쫓길 뿐이다.


해변가에 앉아 그 둘을 보며, 나는 어느 정신과 의사가 한 말을 떠올렸다.

"세상은 졸라 역설적이야. 상처받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상처입기 쉽지만,

아예 만신창이가 될 각오를 하고 달려들면 세상이 내 앞에 수그리거든."


소울서퍼영화2.jpg 영화 <소울서퍼>의 한 장면

여기서 "주도하는 자들의 비급"을 발견해버렸다.

1. 등돌리지 않는다. 2. 몸을 일으켜 맞이한다. 3. 즐겨버린다.

그것이 오히려 상처받지 않고 쫓기지 않고 즐겨버리는 방식.


주도하는 자들은 '즐겨'버리고,

즐기는 자들은 '주도'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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