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아이러니에서 나온다
일년 삼모작이 가능한 나라
농부가 부자인 나라
크리스마스부터 2월까지 공식적으로 놀 수 있는 나라
뚱뚱해도 핫팬츠에 배꼽티를 입는 나라
체 게바라가 태어난 나라
소가 사람보다 많은 나라
아르헨티나에 오면 나는 가장 보고 싶고, 하고 싶은게 있었다. 바로바로 탱.고!
그래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자 마자 탱고가 태어났다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라보카'로 달려갔다.
과연 탱고의 고향답게, 라보카는화려했다.
중심부인 '엘 까미니또' 거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색색으로 알록달록 칠해진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카페, 갤러리, 기념품 가게가 쭉 늘어선 거리에는
한 무리의 관광객과 탱고를 추는 무용수들이 뒤섞여 있었다.
등이 훅 파진 쫙 달라붙은 원피스를 입은무용수의 몸놀림이 아찔했다.
그 옆에 현란하게 칠해진 건물도 아찔했다.
그 사이를 거닐자 뜨건 햇살과 아래서, 훅 ~ 가버릴 것만 같은 현기증이 일었다.
'라보카'는 아르헨티나의 최초의 항구였다.
19세기 말부터 유럽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빈민촌이 되었고,
고된 노동과 삶의 애환을 달래줄 술집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탱고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태어났다.
선원들이 쿠바에서 들여온 '아바네라'라는 음악과 유럽 계통의 무곡이 합해져 '밀롱가'로 발전했고, 이는 다시 아프리카 음악의 영향을 받아 변주되면서 '탱고'로 발전했다.
탱고는 원래 남자들끼리 추는 춤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술집과 유곽에서 유행하면서 남녀가 추는선정적인 춤으로 바뀌었고,
이후 전국 극장과 카바레로 퍼져 갔다.
나중엔 유럽까지 퍼져 나가며, 남미를 대표햐는 춤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라보카를 유명하게 만든 건 또 있다.
탱고만큼이나 아찔한 '건물들'이다.
얼마나 색색으로 칠해졌는지, 한 지붕에도 몇 가지의 원색으로 뎦혀 눈이 부실 정도다.
어느 것 하나 같은 게 없었고, 같은 색상이 없었다.
재밌는 건, 이같인 현란한 건물들이 가난 때문에 생겼다는 사실이다.
집 지을 돈이 없자, 주민들은 근처 조선소에서 남은 자재 가져와 집을 짓고 남은 페인트로 칠을 했다.
있는 대로 칠해야 하니, 의도치 않게 엄청나게 화려한 색색깔로 칠해졌다.
여기에 신의 한 수가 더해졌다.
이곳 출신 화가인 '베니또 낀께라 마르띤'이 이곳에 그림을 채워넣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원색이던 동네에 벽화 및 조각 등이 어우러지자,
그 자체로 거대한 갤러리가 되었다.
라보카에서 확인한 사실 하나.
그럼 삶, 자체가 예술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