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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Sep 10. 2019

나답게 산다는 건

척하기를 그만두고, 이래야 한다는 생각도 그만두는 순간

노자는 말했다.

"다른 사람을 아는 것은 현명하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이 더욱 현명하다." 


오랫동안 버릇처럼 '나답게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무엇이 진정 나다운건지 알지 못했다.

막연하게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나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언제나 나 아닌 무엇인가 되길 꿈꿨는데 그럴 수록, 내 안은 텅~비는 듯 했다. 

 

나답게 산다는 건 대체 무엇일까? 나와 같은 고민을 한 존재가 있었다. 



자신을 찾아나선, 삼나무 이야기


옛날 어느 곳에 사과나무, 오렌지 나무, 아름다운 장미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정원이 있었다. 

정원에 있는 모든 것들은 행복했지만 한 그루 나무만은 그렇지 않았다. 불쌍한 나무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그건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사과나무가 말했다. 


"네게 필요한 건 집중이야. 진정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아름다운 사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 

그건 정말 쉬운 일이야." 


"그 이야기는 들을 필요가 없어. 장미를 표현하는 게 더 쉽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봐"


장미 덤불이 주장했다. 절망한 나무는 그들이 이야기한 걸 모두 시도해봤지만 다른 나무들처럼 될 수가 없었다. 매 순간 돌아오는 건 더 깊은 좌절뿐. 하루는 모든 새들 가운데 가장 현명하다고 알려진 올빼미가 정원에 날아왔다. 올빼미는 나무가 절망스러워하는 걸 보고 큰 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마. 네 문제는 그리 심각한 게 아니야. 지구 위에 있는 많은 인간들과 같은 문제일 뿐이지.

내가 해결방법을 알려줄게. 다른 사람이 바라는 사람이 되려고 네 인생을 희생하지마.

네 자신이 되는 거야. 네 자신을 알면 돼. 그러기 위해선 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 


그렇게 말하고 올빼미는 날아갔다. 


'내면의 목소리? 나 자신이 되라고? 나 자신을 알라고?' 

절망한 나무는 자신에게 물어봤다. 그리고 마침내 나무는 귀를 닫고 가슴을 열어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넌 사과는 결코 만들 수 없을 거야. 넌 사과나무가 아니니까.

그리고 넌 봄에 꽃을 피우지도 못할 거야. 장미가 아니기 때문이지.

넌 삼나무야.

너의 운명은 크고 당당하게 자라나는 거야. 

새들에게 쉴 곳을 주고, 여행자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시골길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이곳에 존재하는 거야.

너에겐 임무가 있어. 그걸 따르면 돼.' 


나무는 그렇게 스스로 강한 확신을 얻었고, 곧이어 자신의 여정을 시작했다.

그러자 나무는 곧 공간을 채우고 모든 이들로부터 감탄과 존경을 받게 되었다.

정원은 그때서야 비로소 완전히 행복해졌다.


(* 위 이야기는 <사랑과 평화의 길, 호오포노포노> (마벨 카츠 저) 인용했다.)


자신의 당당함을 드러낸 삼나무 (출처: www.flickr. com)




~ 척 하기를 그만두는 순간


 예전에 이효리가 예능프로그램 <한끼 줍쇼>에 나와 재밌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진행자들이 길을 가다 한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만난 상황이었다. 아이를 보고, 개그맨 이경규는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돼야지" 판에 박힌 말을 했는데, 그를 보던 이효리가 이렇게 말한다.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훌륭한 사람이 되지 말고 아무나 되라니. 놀라운 말이었다. 

SBS <한끼줍쇼>에 나온 이효리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나에게 '큰 사람이 되라'이 되라는 주문을 끊임없이 거셨다. 그런  말을 듣고 자라서인지 몰라도, 나는 '훌륭한 사람,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래서 '다정다감하고, 능력있고, 신중하고, 성격 좋고, 사람들 말 잘 들어주고, 쾌활하고, 긍정적이고, 멋지고'  이런 이상향을 만들어두고 그에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내가 만든 '환상'일 뿐이고, 실제의 나는 실수 많고, 화도 많고, 부정적이고, 찌질한 구석도 많은 완벽과는 거리가 먼 한낱 '인간'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지금 드는 생각은, 내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써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거다.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생긴대로 잘 살면 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노자는 "지금의 나를 놓아줄 때, 내가 바라는 모습의 내가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나다움을 설명하려고 무척 애썼는데, 그런 노력도 그만둬야겠다. 나다움은 말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거니까. 

~하는 척 하기를 멈추는 순간,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생각을 그만두는 순간, 그 순간이 가장 나다운 순간일테니까. 



"자신이라는 인간을 체험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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