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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Sep 25. 2019

직업 대신 '라이프워크'를 꿈꾼다

내가 직업이다

꿈이 꼭 직업이어야 하나요?      


"전 어떤 직업을 꿈으로 꿔 본 적은 없어요. 대신 하고 싶은 ‘일’이 있었죠. 제가 하고 싶은 건, ‘세상을 바꾸는 일’이었어요.“ 


예전에 모 사회적기업 대표를 인터뷰 하다, 위 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 그래, 저거다! 저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내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꿈이 뭐니?” 물을 때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매우 난감했다. 친구들은 과학자, 의사, 선생님, 국회의원 같은 어떤 직업을 말하는데, 나는 한 번도 특정한 직업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직업이 아니라, 그냥 내가 되고 싶었다.          



내 직업은 김어준이다


그러다 김어준을 알게 되었다. 딴지일보 총수, 야매상담가, 방송인, 벤처기업인, 작가, 정치평론가... 김어준에겐 많은 직업타이틀이 따라 붙는다. 대체 그의 직업이 뭘까?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전 어릴 때부터 꿈을 말하라고 하면 당황했어요. 다들 직업을 얘기하는데 저는 직업이 떠오르지 않았죠. 그때는 제가 이상한 건줄 알았어요.


 나이가 들어서 여러 가지 업종을 했는데 인생 전체로 보면 그때그때 하는 업이고 나는 나로 살다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직업을 물어보면 김어준이다, 내가 나로 사는 게 직업이지뭐, 그런거죠.”     




보통 꿈이나 천직찾기라 하면 직업타이틀만 생각한다. 수많은 직업 중에 내게 가장 잘 맞는 직업하나를 골라야 하는 걸로 생각한다. 하지만 직업은 내가 아니라, 내가 하는 선택중 하나일 뿐이다. 정해진 답이 없다. 자신이 써낸 것이 정답인지 아는 사람도 오로지 자신뿐. 그런데 천직을 하나의 직업으로만 이해하면 그때부터 머리가 아파진다. 게다가 지금처럼 자고나면 직업이 사라지고 또 생겨나는 대변혁의 시기에는 하나의 직업으로 천직을 찾는다는 건,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정말 자신만의 천직을 원한다면 직업타이틀에 목맬 필요가 없어요. 내가 무엇에 열정을 느끼는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깨닫고 어디에 그 열정과 재능을 쏟아 부을지만 고민하면 됩니다.”   


럼 어떻게 나의 일을 찾아갈 수 있을까? 나는 자신만의 직업관과 가치관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열정이 있는 걸 한번 찾아볼까나~~ (이미지출처:www.pixabay.com)



직업관- 나만의 라이프워크가 필요


직업관은 쉽게 말하면 ‘일’이 나에게 어떤 것인지 자기 말로 정의하는 것이다. 좋든 싫든, 우리는 인생 대부분을 일하며 보내기 때문에 직업관이 잘 정의된다면, 인생의 방향도 함께 정리될 수 있다. 

어떤 이는 일을 ‘내 시간을 팔아서 얻은 대가’라고 하고, 또 ‘하기 싫지만 살기 위해 억지로 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어떤 이에게 일이 ‘놀이’이기도 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구본형 선생은 이렇게 자신의 직업관을 설명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죽을 것이고, 죽음이 곧 퇴직인 삶을 살 것이다." 


그에게 일은 밥벌이이자 인생 자체였다. 내게 일은 내 비전을 실현시켜가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나가는 것이고, 좀 더 욕심을 내자면, 내 진심을 담을 수 있는 무엇이다. 나는 이런 일을 ‘라이프워크’라고 부른다. ‘라이프워크’는 다카시 아유무라는 아주 멋진 녀석이 쓴 ≪러브 앤 프리≫책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라이프 워크 Life work>


100개 이상의 섬이 떠있다는 타이의 팡가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 밑, 작은 보트로 평화로운 바다를 떠돌다

몇 갠가의 섬에 발을 내딛는 작지만 즐거운 모험.

 

함께 배에 탄 커넬 샌더스 같은 아저씨는

'끙~'하면서 내 옆자리에 앉더니 갑자기 질문을 던진다.

 

'자네의 라이프워크는 뭐야?

이름도 국적도 직업도 아닌

이 아저씨는 'LIFEWORK'를 제일 먼저 물었다.

 

라이프 워크, 자신의 일생을 걸고 쫒는 테마.

좋아하는 방식으로, 좋아하는 페이스로, 좋아하는 것을

자기 나름대로 찾아가는 작업.

애완동물 연구부터 우주의 신비, 사주팔자까지, 테마는 무궁무진.

 

'솔직히 라이프워크라고 생각해본일은 없는데.

으음, 뭐 지금 생각해 보니...내 라이프워크란...

강하고도 부드러운 위대한 남자에 대한 동경이라고나 할까.'

 

내 대답에 커넬은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며 미소 짓는다.

좀더 구체적으로 대답할 걸 그랬다. 그리고 거꾸로 물어보았다.

 

'그런 당신의 라이프워크는?"

그러지 커넬의 한마디.

'인류(HUMAN BEING)'

어이, 아저씨, 나보다 훨씬 추상적이잖아!

 

-동남아시아


 

나는 ‘라이프워크’를 이렇게도 표현한다.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무엇’이다,라고. 그 무언가를 하다보면 내 심장은 “펄떡펄떡” 거리며 뇌로 신호를 보낼 것이고, 전뇌는 이렇게 해석할 것이다.


“아, 내가 살아있구나.”



가치관-나만의 일을 찾아가는 기준

 

대학을 졸업하고 친구들이 직업을 구할 때 이런 저런 계산을 했다. 여긴 연봉이 얼마고, 휴가는 얼마주고, 일은 조금밖에 안하는데 돈은 많이주네? 안정된 곳이네? 그러다 보니 금융쪽, 공무원 쪽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20대엔 아직 돈은 중요치 않다. 안정이란 가치도 아직 이르다. 내게 중요한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말하자면 직업을 택하는 나의 핵심 가치관이다. 내겐 그게 ‘재미’고 ‘의미’였다. 좀 더 확장시키면 성장과 보람이 추가된다. 


나는 뭘 하며 먹고 살까???? (이미지 출처: pixabay.com)

내게는 일을 선택하는 데는 크게 3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그 일 자체가 나에게 의미가 있어야 한다. (성장, 소통, 확장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재미있어야 한다. (새로움, 도전, 배움이 있어야 한다)

셋째, 내가 잘 하는 일이어야 한다. (내가 가진 기질과 재능을 긍정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위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다양한 일을 해왔다. 정식직업만도 바리스타, 연구원, 기자, 컨설턴트, NGO 활동가, 작가, 강연가, 해외구매대행 등등 10가지가 넘는다. 그리고 지금은 작가/ 강연가/ 강점코치/ 컨텐츠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내게 천직찾기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자기 나름대로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때문에 '하고싶다'는 욕망은 중요한 열쇠가 되었고, 이 열쇠로 원하는 일에 도전해가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을 시작하고 그만두는 과정도 나를 알아가는데 매우 좋은 힌트가 된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일이었던 기자를 시작하고 그만두면서 나는 내가 관심있는 분야와 업무스타일을 알게 되었다. 


기자활동을 하면서 직급은 있었지만 관계는 매우 자유로워서 모두가 ‘선배’로 통칭되었다. 자기 할 일만 하면 시간이나 장소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점이 아주 좋았다. 단 한가지 매우 재미없는 게 있었는데, 기자가 해야하는 일의 본질이었다. 기본적으로 기자는 사회의 정의를 바로잡는데 힘을 쓰고, 또 문제를 파고들어 파헤치고 그를 알리는 것이 주된 업무다. 그런데 나는 이 두 가지 모두에 큰 관심이 없었다. 나는 사회나 조직 같은 거시적인 차원보다는 개개인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미시적 차원에 관심이 많았다. 또 문제를 찾는 것보다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 문제를 푸는 데 훨씬 더 관심이 많았다. 


이후 기자를 그만두고 교육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는 작가, 강연, 코치 등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몇 가지 뒤섞어 하면서 살아간다. 나는 이걸 ‘하이브리드 삶’이라고 표현한다. 여러 번의 직업을 바꾸면서 배운 게 있다. ‘무슨’ 일을 하느냐만큼, ‘어떻게’ 일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 


예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 당시 이유를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업무방식이 내게 잘 맞지 않았다. 나는 정해진 업무시간과 공간에서 일하는 것보다, 원하는 시간에 자율적으로 일하고 다양한 공간에서 일할 때 더 효율적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다. 또한 한 가지 일만 전업으로 하기보단 여러 가지 일을 섞어서 함께 할 때 더 신이 난다. 이전 회사에서는 일주일에 4일은 회사 일을 하고 나머지 2일은 강연하고 글 쓰는 등의 개인 일을 병행했는데, 시너지가 더 좋았다. 한 우물 팔 이유도, 어느 한 곳에 소속될 이유도 없다. 내가 원하는 일을,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찾아서 하면 그게 곧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나만의 일’을 찾아가면서 내가 많이 했던 질문이자, 많이 받은 질문이 있다. 


"내 꿈을 추구하면서 경제적 독립을 이룬다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그때 여러 대답을 들었는데, 다음 대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꿈과 경제적 독립이 함께 가기 어렵다는 그 생각이야말로 자신이 쳐놓은 장애물 아닐까요? 돈, 안정성을 생각한다면 다른 길을 가기 힘들죠.
무엇을 시작하든 '자기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란 걸 기억하세요."            


나도 같은 생각이다. 


일생동안 내가 만들어가는 길. 그게 내 길이다. 내 직업은 나다. (이미지출처: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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