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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Nov 13. 2019

불안감의 실체

알고보니, 허~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활쏘기를 연습하다 화살을 놓치는 바람에 시위에 왼쪽 뺨을 한대 얻어맞았습니다. 

그 때문만은 아닌데 자꾸만 슬퍼지고, 짜증이 나려 합니다.


어제 내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앞으로 쓸 책 목차를 신나게 잡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오늘 쓰려하니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책을 읽을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그들이 두렵습니다.

성공도 두렵고 실패도 두렵습니다.


해야 할 것들이 끝도 없이 떠오릅니다.

학과 공부도 해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경제공부도 해야 하고,

영어도 해야 하고, 코칭 공부에 운동도, 아이고오 …. 


지금 제 몰골도 우울함을 더합니다.

얼마 전 일명 ‘양배추펌’이라는 아프로 머리를 해서 3일째 머리를 못 감았더니 떡까지 졌습니다. 

이젠 스타일이고 뭐고 없습니다. 내일이면 산뜻하게 머리를 감을 텐데 

하필 오늘 같은 날, 모임이 2개나 잡혔습니다. 

정말 우울합니다. 


어제 안경테를 리모델링한다고, 의욕적으로 은색라카를 칠했다가 오나전 망했습니다.

 마치 어디 골동품가게에서 주워온 듯 합니다. 그걸 쓰니 ‘바보’ 같습니다. 

젠장, 난감합니다.


이러저러한 일들로 우울함을 잔뜩 뒤집어 쓴 채,

점심시간에 낮거리를 걸어 다녔습니다.

골동품 같은 안경은 벗고서 말이죠.


햇볕이 따사롭습니다. 그 해가 너무 좋아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말고 

5분 동안 그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횡단보도 건너편을 보니 사람들이 잔뜩 서있습니다. 

무슨 군단처럼 보여서  ‘여고생들이 어디 소풍이라도 가나’ 싶었습니다.

가만히 서있는데 왠지 그 쪽 편이 의식됩니다.

파란 불이 한번 더 바뀌고서야 길을 건넜습니다. 

건너고 보니 여고생 군단은, 가판에 진열된 스타킹이더군요. 

허~


안경을 벗어서 제대로 못 본 탓입니다. 그걸 보고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또 혼자 그들의 시선을 의식한 게 우스워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 하루 느꼈던 우울, 두려움, 좌절의 실체도, 

알고 봤더니 고작 ‘스타킹’이 아니었을까요?

허~


왠지 그럴 거 같습니다.

이거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불안감으로 쓴 기~인 넋두리 리포트, 결국 스타킹으로 마감되네요.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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