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력, 이해력, 문장력, 한번에 세 마리 토끼 잡기!
다들 초등학교때 숙제로 독서감상문을 적어보셨을텐데요, (상당히 귀찮은 일이죠 ;;)
저 역시 선생님이 시켜서 억지로 억지로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지금까지도 끈질기게 계속 하고 있는데, 아마도 죽을 때 까지 할 것 같습니다. 그를 통해 얻은 게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때 그 귀찮은 북리뷰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했던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책을 읽고 내용을 글로 정리해두면, 책 내용이 훨씬 더 기억에 잘 남았거든요. 읽은 문장을 다시 쓰다보면, 단어와 문장이 뇌의 회백질로 곧장 들어와 쏙쏙 박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 억지로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기억하게 되더라고요. 신기했습니다. 그러면 필요할 때 책의 문장을 꺼내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말할 때 책에서 읽은 연구자료나 문구들을 기억하고 이야기해주면, 친구들이 '넌 어떻게 그렇게 기억력이 좋으냐?' 감탄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정말 100% 북리뷰 때문이었습니다.
북리뷰를 쓰는 건, 소가 여물을 먹고 뱉어낸 다음 다시 씹어먹는 <되새김질>과 같아요.
일단 눈으로 읽어서 뇌에 들어간 정보를 다시 불러내 재정리 하고, 이 과정에서 버릴 건 버리고 흡수할 건 더 깊숙이 흡수하게 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하면 책의 내용과 저자의 생각을 한층 더 깊이 살펴보는 힘을 기를 수 있죠. 또 책의 내용을 발췌해서 쓰는 동안 저자들의 좋은 문장을 접하게 되면서 문장력도 시나브로 기를 수 있게 되고요.
그래서 누군가 글 쓰는 능력을 배양시키고 싶다면, 통찰력을 기르고 싶다면, 지식을 깊게 넓히고 싶다면, 언젠간 내 책을 한 권 써보고 싶다면 '북리뷰를 꼭 쓰라'고 추천합니다. 북리뷰 쓰는 방법이야 다양합니다. 한줄평을 쓸 수도 있고, 내용을 발췌해서 적기만 할 수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해볼 수 있는 북리뷰 방법이 있습니다. 오늘은 사고력은 물론 이해력과 문장력을 모두 높여주는 <북리뷰 작성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책을 대하는 관점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저자의 관점, 편집자의 관점, 독자의 관점이죠. 보통은 독자의 관점에서 서술하지만, 이 북리뷰 작성법으로 쓰다보면 저자의 관점과 편집자의 관점까지 한번 기웃거려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능력은 추후 내 책을 쓸 때 매우 소중하게 쓰이는데요, 이 3가지를 통해 책을 보면 더 많은 걸 배울 수가 있습니다. 소개하는 방법은 크게 4단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책과 저자
1) 총평: 읽고난 전체적인 느낌을 1줄~3줄 정도로 짧게 적어봅니다.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거나 추천할 이유입니다. (혹은 추천하지 않을) 별점도 매겨봅니다.
2) 저자소개: 저자에 관해 알아봅니다.
에세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주장을 전개하는 책을 볼 때는 저자가 누구인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가 과거 어떤 이력이 있었고, 어떤 입장에 있는지를 아는 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있어 한층 깊은 이해를 줍니다. 책 날개에 보통 저자에 대한 소개가 간단히 나와있지만 그 외에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더 많은 자료를 찾으면 흥미로운 점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자를 알고 보면 좀 더 친근한 느낌이 들고, 새로운 맥락에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2. 감상: 책을 읽고난 느낌을 적기
일반적인 북리뷰입니다. 내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점은 크게 공감을 했고, 어떤 건 이해가 안됐고, 어떤 건 싫었는지 뭘 배웠는지 최대한 솔직하고 자세하게 표현해봅니다.
3. 책 속 인용: 본문 중에서 와닿았던 부분을 발췌해서 적기
읽다가 와닿는 문구들이 있습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와닿는 문구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는 나의 가치나 철학, 고민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따라서그를 직접 써보면 내 철학을 정립하는 언어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또 좋은 문장을 받아적으면 그것 자체로서 매우 좋은 글쓰기 공부가 됩니다. 눈으로 보는 것과 손으로 적는건 다른 차원입니다. 특히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이 필사를 많이 해볼 걸 권합니다.
4. 저자라면: 내가 이 책을 쓴다면, 편집한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관점에서 책을 분석하기
이 부분이 책을 '독자'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입니다. 먼저 저자가 주제를 구현하는 방식, 표현하고 전개하는 방식 등등 내가 이 책을 썼다면 어떻게 표현했을지를 생각해봅니다. 그러면 저자로서의 관점을로 책을 보게 되는 데요, 추후 나만의 책을 쓰고 싶다면 아주 좋은 훈련 방법이 됩니다. 그리고 책을 어떻게 구성했는지를 보게 되면 편집자의 관점역시 익힐 수 있습니다. 어떤 컬러를 썼는지, 무엇을 강조했는지 등을 보면 이 책의 셀링포인트가 무엇인지 볼 수 있죠.
저도 북리뷰를 잘 하시는 분들과 고 구본형 선생님에게 배운 건데, 위 방식대로만 정리해보면 많은 공부와 훈련이 됩니다. 이를 꾸준히 하게 되면 책을 보는 눈도 계발되고, 앞으로 어떻게 책을 써볼지 자기만의 시각이나 방식을 깊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모든 책을 다 위의 방식으로 정리하진 않습니다만, 좋은 책들을 위 방법대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론 글쓰기 수업도 좋지만, 이런 식으로 혼자 꾸준히 훈련을 해나가는 것만으로도 매우 좋은 글쓰기 공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관건은 꾸준히, 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