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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Jul 07. 2020

나를 대놓고 연구하는 학문, 명리

[북리뷰] 명리, 운명을 읽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연구대상은 바로 자신이다."    
- 레프 톨스토이


올해부터 명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아주 재밌습니다. 용어가 어려워 처음엔 잘 와닿지 않지만 조금씩 이해하면서 보게 되면 이처럼 재밌는 공부도 없습니다. 
정말 누구에게나 공부하라고 권하고 싶을 만큼 유용한 부분이 많아서, 같이 공부하는 마음으로 얼마전 읽은  <명리, 운명을 읽다>(강헌)을 소개합니다. 


참고로 강헌은 그 강헌이 맞습니다. 한때 음악평론, 대중문화평론으로 이름을 날렸던 사람입니다. 글을 써서 잘 나가다가 43살에 거의 죽을뻔한 위기에서 살아나 심기일전 하게 됩니다. 자신의 인생을 다시 돌아보는 가운데 명리학을 접하고, 그에 빠져서 나중에는 명리학을 가르칠 정도가 됩니다. 스스로의 삶을 한번 돌아본 저자가 쓴 명리학 책이라 명리에 대한 소명마저 보이는데, 그래서 내용도 방대합니다. 용어가 쉽진 않지만 최대한 기본에 충실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명리학이란 무엇인가


명리학은 인간의 운명을 다루는 학문으로, 나의 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에 대한 학문입니다. 철학과 결은 같지만 실용성이 훨씬 강합니다. 명리학은 또한 '관계의 해석학'으로 보기도 하는데, 나-사람, 나-세계, 나-우주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연구하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즉,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존재로서 어떻게 나의 명을 운영할 것인가, 이에 대해 답하는 학문이 명리학입니다. 운명에 관여하는 정도는 팔자를 30%라 치면, 나머지는 나의 의지와 판단이 70%를 차지합니다. 즉 사주팔자는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닌, 내가 우주로 부터 받은 질료가 무엇인지 이해하도록 돕는 요소입니다. 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내게 주어진 명을 잘 살펴 그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가도록 돕는 게 명리학의 역할 이라고 강헌은 설파합니다. 


"명리학은 인간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데 아주 유용한 학문이며, 많은 사람들이 명리학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재구성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금보다는 더 행복해지고 더 정의로워 질 것이다고 믿는다." - 강헌


우주는 '기'로 가득차 있고, 이 기는 '음양'으로 나뉩니다. 음양은 다시 '오행: 목, 화, 토, 금, 수'로 나뉩니다. 사주팔자는 이 오행으로 이루어집니다. 오행은 나를 구성하는 우주의 에너지이자, 오장육부를 구성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목, 화, 토, 금 수 는 각각 서로를 돕기도 하고 견제하기도 하면서 그 기운을 발휘합니다. 어떤 오행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나의 기질이나 특성이 달라지고 건강상태도 영향을 받습니다. 오행에 대해 보다 자세한 설명은 앞선 북리뷰 <스스로의 운명을 사랑하라>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사주팔자의 구성


사주팔자는 크게 천간, 지지, 지장간으로 구성됩니다.

천간은 하늘의 기운이고, 지지는 땅의 기운입니다. 천간은 이상의 세계를 뜻하고 십간으로 구성됩니다. 지지는 현실의 세계를 상징하며 십이지로 구성됩니다. 십간과 십이지는 각각 오행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천간을 구성하는 십간, 지지를 구성하는 십이지 (출처: 무무웹진)


천간과 지지를 합해 '주(기둥)'라고 하며 4개의 주가 모여 8자를 이룬다고 해서 사주팔자라고 합니다. 

아래는 생년월일시에 따라 사주팔자를 나타내며 8자 중 위 4글자가 천간, 아래 4글자가 지지입니다. 지장간은 지지에 숨어있는 천간의 기운이며, 이는 하늘과 땅 사이의 인간으로 상징됩니다. 

 

위 처럼 천간과 지지의 오행이 일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사주를 간여지동이라고 합니다. 이는 이상과 현실이 일치하니 좋은 조건을 타고났다고 볼 수 있고, 이런 사람은 생각한대로 현실이 받쳐주니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책 <다르게 살고싶다> (박정금 지음)에 따르면, 간여지동이 사주에 있으면 매우 강력한 삶의 유용성을 갖추어 성공으로 끌어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봅니다.  


사주팔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충과 합'의 작용을 보는 일입니다. 기운이 서로 부딪히는 모양이 '충'이며, 서로 합해져 어우러지는 모양이 '합'입니다. 충과 합을 거치며 기운은 극적인 변화를 겪기 때문에 서로 글자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글자의 충과 합의 영향이 가장 강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글자는 영향력이 미미합니다. 


21세기에 주목해야할 두개의 충은 인신충과 사해충입니다. 인신충은 역마충이라고 해서 활동력이 좋아 자수성가의 예가 많은 반면 서두르거나 용두사미격을 조심해야 하고, 사해충은 예술가들에게서 많이 나오는 충입니다. 내면 갈등이 커서 우울증,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습니다. 예전에는 충을 나쁘게 보았지만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책 <다르게 살고싶다>에 따르면, 합과 충은 좋고 나쁨으로 따질 수 없습니다. 충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고 서로 다른 것을 연결시킬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가장 중요한 건 '용법',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습니다. 



내 사주팔자 이해하기 


이제 음양오행을 인간세로 끌어내릴 때가 되었습니다. 우주의 기운인 음양오행을 인간관계의 원리로 재해석한 것이 '십신' (육친)입니다. 사주팔자를 이해할 때 십신이 어떻게 분포되고 작용하는지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십신은 개인이 가진 욕망의 뿌리를 이해하고, 그를 어떻게 펼쳐나가는지를 파악하는데 있어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십신은 비겁, 식상, 재성, 관성, 인성으로 구성되고, 아래와 같은 특성을 지닙니다.


비겁: 일간과 같은 오행으로 '주체적인 힘' (비견, 겁재)

식상: '활동을 시작하는 힘'. (식신, 상관)

재성: 결실, 능력, 재물. 식상활동을 '끝까지 밀고 나가 펼치는 힘' (정재, 편재)

관성: '사람과 관계 맺는 힘'. 조직이나 네트워크 (정관, 편관)

인성: '성찰하는 힘' (정인, 편인) 


 

사주팔자 중 '일간(본원)'은 나를 대표하는 글자로, 가장 자기답다고 느끼게 하는 글자입니다. 일간을 중심으로 사주를 파악합니다. 예를 들어 위 사주는 큰바다, 강을 뜻하는 임수를 일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임수는 포용력이 크고 원리탐구를 좋아하며 지혜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고 자기 세계에 매몰되는 수가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임수일간을 가진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서태지와 세종대왕이 있습니다.  


신살, 십이운성을 비롯해 더 많은 내용이 있지만 복잡한 부분이므로 다 정리하지 않고 넘어갑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명리, 운명을 읽다>책으로 접하시면 더욱 더 잘 이해가 되실 겁니다. 


참고로, 내 사주팔자를 확인하고 싶다면 <좌파명리학> 또는 <원광만세력>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다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단 좌파명리학은 PC에서만 무료입니다.)  



운명을 알고 대운의 흐름을 알기


사주팔자를 볼 때 반드시 함께 보는 것이 대운인데, 대운은 10년마다 한번씩 바뀌는 운을 말합니다. 사주팔자를 ‘자동차’라고 치면 대운은 그 차가 달리는 ‘도로’로 비유합니다. 사주팔자가 아무리 좋아도 대운이 나쁘면 고생하게 되고, 사주팔자가 좋지 않아도 대운이 시원하게 잘 뚫리면 큰 고난 없이 만복하게 살 수 있죠. 그리고 아무리 좋은 사주를 타고 났더라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 거지나 급살할 수 있고, 아무리 나쁜 사주를 타고 났더라도 세심하게 운용한다면 본인이 누릴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자신의 대운 흐름- 인생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 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사주팔자는 그릇이고 그 그릇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개개인의 ‘마음’에 훨씬 더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사주를 타고 나더라도 그 쓰임이 달라지는 것이죠. 이게 명리학의 진짜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사주를 공부하는 건, 결국 내가 어떤 그릇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를 보는 것이고, 내 인생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 건지 보고 미리 전략을 세우는 일입니다. 


명리학을 접하면서 개인적으로 저는 모든 사람들이 명리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듯, 내 운명을 공부함으로써 나라는 사람이 가진 기질과 욕망, 특성을 이해하고  그를 미래에 어떻게 펼칠 것인지 전략을 세우는 것이죠. 내가 가진 명을 세심히 조율하며 운을 만들어가는 것.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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