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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Aug 19. 2020

나의 이야기를 써야하는 이유

변화의 시작점이 있는 곳

나는 글을 쓰는 데 열의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보라고 권하는 데도 열의가 있다. 글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그런 마음이 커졌다. 글쓰기를 통해 느끼는 변화의 힘을, 다른 누군가도 맛보기를 바라기 마음이다. 그런 연유로 북클럽을 운영하며 함께 글을 쓰고 있기도 하다. 출판여부보다 중요한 건 '쓰는' 행위다.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글은 내면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도구다.

그를 경험하기 위해서 단순히 글 한편이 아니라 책 한권을 써낼 정도의 분량을 써볼 필요가 있다. 한 권의 책을 낼 분량으로 쓰려면 시간과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경험들을 하게 된다. 주로 고비를 맞게 되는데, 어떤 고비를 맞느냐에 따라 탐험하는 내면의 영역도 달라진다. 


나는 배우는 걸 무척 좋아해서 지금껏 수 많은 강연과 교육프로그램을 들어왔다. 가장 비싼 건 1천만원에 달할 정도로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 그런데 내가 변화하는데 있어서 가장 효과를 본 건, 내 이야기를 직접 글로 쓰는 일이었다. 그 어떤 강의, 교육도 이보다 강력하게 나를 위로해주고 변화시켜준 것이 없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다면, 혹은 진정으로 변화하고 싶다면, 100번의 강의를 듣는 것보다 자신에 대해 글을 써보라고 권한다. (글을 쓰되, 출판여부는 본인의 결정이다.) 


뛰어난 사람들을 좇아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으나, 골방에 처박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보는 것보다 유익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건 한 두 번 글을 끄적거리는 걸로는 느끼기 어렵다. 최소한 2달은 꾸준히 써봐야 안다. 내 안의 이야기가 절로 풀러나올 때까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풀어낼 때까지 엉덩이를 진득하니 붙이고 앉아 글을 써내려가야 한다. 거미가 자기 궁둥이에서 실을 뽑아내 집을 짓듯, 내면의 상처와 추억에서 기억을 뽑아내 글을 짓어간다. 내면작업이다. 


핵심은 내가 경험한 것들을 나의 언어로 직접 표현하는 일이다. 부모, 친구, 형제, 지인 그 누구의 말이 아니라, 나의 말로 내 삶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 힘은 강력하다.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 아이였다. 그들이 나를 바보라고 말하면 나는 바보였고, 그들이 나를 좋은 아이라고 말하면 나는 좋은 아이였다. 나는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말을 믿었고, 그래서 기왕이면 좋은 말을 듣기 위해서 발싸심을 했다. 그래야 내가 가치있는 존재라고 믿었다. 그런데 사실 그들은 나를 몰랐으며, 관심도 없었다. 그들이 관심있는 건 그들 자신 뿐이었다. 

    

나는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혐오하고 거부하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으려 그렇게 애썼지만 사실 내가 인정받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는 딱 하나였다. 바로 나 자신이었다. 글을 쓰면서 내 삶과 나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었고, 내 삶도 내 생각보다 백만배는 더 가치있는 것이었다. 그 깨달음이 나를 변화시켰다. 내가 나여도 괜찮다고, 존재만으로도 괜찮다고 내가 나에게 말해줄 수 있었을 때, 나의 세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자존감은 누가 주는게 아니다. 명품백이나 멋진 옷에서 나오는 건 자신감이 아니라, 우월감이다. 자존감은 그의 내면에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러나오는 힘이다. 내 경험으로, 글은 그걸 일깨워주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힘들었던 일들을 써보면 좋다. 용서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해서, 자신의 삶에서 후회하는 부분에 대해서, 수치스럽고 죄책감으로 잠들지 못했던 시간들에 대해, 누군가를 미치도록 미워했던 순간들을 써본다.  


글을 쓰면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나의 상처들을 똑바로 볼 수밖에 없다. 내 아픔을, 내 기억을, 내 안의 것들을 피하지 않고 바로 보는 것에서 변화가 싹튼다.  ‘글’을 이용해 그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면, 그들이 더이상 나를 상처입히는 칼날이 아니라 무심한 쇳조각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를 바라보는 순간, 나의 상처도 나도 다른 차원이 된다.  



                

두 번째는 책은 또 다른 길을 만드는 아주 좋은 시작점이다. 

책을 써서 돈벌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지금처럼 책을 많이 내는 때도 없지만 지금처럼 책 시장이 양극화된 때도 없지 않나 싶다. 잘 팔리는 책은 엄청나게 팔리지만 그렇지 않은 책들이 훨씬 더 많다. 

      

그럼에도 책을 내는 건, 책이 새로운 길을 만드는 아주 좋은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내면, 책의 키워드를 내가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여행책을 냈다면 ‘여행’, ‘여행작가’라는 키워드를, 마케팅 책을 내면 ‘마케팅’이라는 키워드를, 컨텐츠 관련한 책을 썼다면 ‘컨텐츠’라는 키워드를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 관련해서 강의도 할 수 있고, 코칭도 가능하며,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또 다른 책을 쓸 수도 있다.      


그런 연유로, "책을 한 권 쓰면 석사 과정을 밟는 것 만큼 의미가 있다"고 사람들이 말해왔다. 석사과정을 밟는다는 건, 그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 기회가 된다. 2년동안 남들보다 더 많은 걸 공부했고, 논문을 쓰면서 자신만의 관점을 정리하고 만들기  때문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한 권의 책을 내려면 많이 공부해야 한다. 적어도 30권 이상의 책을 찾아보게 되고, 그 주제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그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간다. 수 십권의 저서를 써낸 한근태 작가는 책을 배우는 수단으로 쓰기도 한다. 자신이 공부하고 아는 것을 정리해서 책으로 엮어내는 것 만큼 좋은 배움이 없다는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 글쓰기 수업을 들어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굳이 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냥 일기쓰듯 써도 좋다. 글도 자꾸 써보면 늘게 되어 있다. 쓰다보면 다른 사람의 글이 눈에 들어오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했는지 보게 된다. 좋은 글들을 보고 필사도 하고 흉내내어 써보면서 조금씩 글이 늘어간다. 

      

만약 지금과는 다른 길을 꿈꾸거나 마음에 큰 상처가 남아있다면, 다른 무엇보다 자신을 위한 책을 한 번 써보길 간곡히 권하고 싶다. 다른 어떤 것보다 그 누구보다, 당신의 글이 당신을 일으켜주고 이끌어 주는 고마운 손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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