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준 선물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오래 전 인도에서 전해지는 이야깁니다.
비쉬누라는 유명한 도둑이 있었다. 어느날 비쉬누는 내노라하는 부자집에 들어가 작지만 값나가는 진귀한 보석을 훔친다. 하지만 운이 좋지 않았다. 빠져나오는 길에 그만 문지기들에게 들켜버렸고, 밤새 추격전이 벌어졌다. 급박하게 쫓기던 비쉬누는 골목길을 지나다 곤히 잠든 거지를 발견하고 그의 주머니 속에 보석을 숨겼다. 나중에 다시 와서 찾을 속셈이었다. 하지만 비쉬누는 문지기와 몸싸움을 하던 중 죽게 되었고, 보석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졸지에 큰 부자가 된 건 거지였다. 다음 날 잠에서 깬 거지는 보석이 자기에게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구걸로 연명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구걸하며 살아간다. 평생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보석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거지는 보석을 품은 채, 결국 거지로 죽고 만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히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과연 우리는 거지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누가 내게 보석을 넣어준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탤런트Talent’ 라는 신이 준 보물이 있죠. (신약성서에 따르면, 탤런트는 '달란트'로 하느님이 인간에게 준 재능을 의미합니다.)
내 안에 얼마나 빛나는 보석이 숨겨져 있는지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강점코치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겉보기엔 멀쩡히 일하고 아주 잘 살아가는 듯 보이는데, 내면으로는 스스로를 의심하고 싫어하고 깎아내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나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열등감이 심했습니다. 도대체 뭘 잘하는지, 잘 하는 게 있기나 한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남보다 유달리 뛰어나 보이는 구석이 없었거든요. 참다못해, 많은 시간을 들여 스스로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신이 까먹지 않았다면, 내게도 재능 하나쯤은 주지 않았을까?'
재능과 관련된 책과 자료를 계속해서 찾아 읽는 한편, 스스로를 관찰하는 데도 공을 들였죠. 뭐 하나 괜찮은 구석이 보이면 '장점노트'에 다 적어두었고, 누가 칭찬이라도 해주면 '칭찬노트'에 또 적었습니다. 그렇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스스로를 다시 보려고 노력하면서, 의외로 얻은 게 많았습니다.
열등감에서 시작된 이런 활동으로 재능에 대해 한층 깊이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었고, 이는 ‘내 안의 강점발견법’ 을 다룬 책(≪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2010))을 공저로 내는 걸로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남들의 재능을 찾아주는 ‘강점코치(Strengths coach)’로도 활동하고 있으니, 재밌죠? 저는 이제 제가 무얼 잘하는지, 어떤 재능이 있는지 명확하게 압니다. 강점코칭 일을 하는 도 제가 가진 재능을 잘 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저에게는 사람들이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를 끌어주는 재능이 있거든요.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더 많이, 더 잘 쓸 수 있도록 연구합니다.
20년 넘게 재능에 대해 연구하면서 알아낸 것 중 확실한 것 하나는 '우리 모두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다만 우리가 그를 쉽게 잊어버릴 뿐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걸 잘 못 볼 뿐더러, 아주 많이 잊고 삽니다. 우리가 진짜 걱정해야할 건,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재능을 미처 알아보지 못하는 겁니다. 내가 아무것도 가진게 없다고 한탄할 게 아니라,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보물이 혹 있지 않은지 염려해야 합니다. 확신컨대 신이 준 보물- 재능없이 태어난 인간은 단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죄는 규범이나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말합니다. 구약성경에도 '죄'를 뜻하는 말이 여러가지가 나오는데요, 그 중 하나가 '하타hatah'입니다. '하타'는 히브리어로 '과녁을 빗나가다, 실패하다'는 뜻입니다. 즉, 올바른 길을 벗어난 것을 의미합니다. 서울대 배철현 종교학 교수에 의하면, 고대 유대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알지 못하고, 그 길에 들어섰더라도 게으름을 피는 것을 두고 '하타'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죄'의 뜻이 지금처럼 규율을 어기거나 도덕에 어긋나는 것만을 일컫는 게 아니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자신의 표적을 놓친 것, 자신이 당연히 가야할 길로부터 이탈하는 것, 자신의 가능성을 다 쓰지 못하는 것', 그것 역시 크나큰 죄였다는 게, 가슴을 치고 들어옵니다. 나는 얼마나 나의 가능성을 쓰고 있는가, 혹 부정적 평가로 스스로를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닌가, 게으름으로 덜 쓰고 있는 건 아닌가, 돌아볼 일입니다.
여러분이 가진 보물은 무엇인가요?
주머니 속에 나도 모르는 보물이 들어있지는 않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