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글리 Feb 18. 2023

호치민만 4번째 여행하며 느낀 것


호치민만 4번째


이번 겨울 호치민을 일주일동안 여행했다.

호치민만 벌써 4번째다.


2018년에 처음 여행한 이래 거의 매년 가고 있다.

코로나직전, 마지막 여행했던 곳도 호치민

코로나 이후 가장 처음 여행한 곳도 호치민인걸 보니,

어지간히 좋아하나 보다.

같은 곳은 두 번은 안 가는데, 여기에만 4번 온 건 아무래도 뭔가가 있다는 걸테다.

신년 행사로 거리에 나온 사람들 (왼쪽) 퇴근 길의 거리풍경 (오른쪽) 나는 이런 북적북적대는 게 좋다. ㅎㅎ



호치민 좋아하는 사람, 또 있나요?


호치민이 여행하긴 괜찮은 곳이긴 하지만,

여길 가장 좋다고 꼽는 사람은 드물다.

베트남에도 하노이, 호이안, 달랏, 다낭 등 좋은 곳들이 많으니까.

그런데 나는 무조건 호치민파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여행할 때도

불쑥 불쑥 호치민이 생각나고 그리워지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

결국 내가 찾은 답은 '에너지'

 자연환경이나 기후 음식 역사유적 이런게 아니라 호치민에서만 느낄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


일단 호치민은 새벽부터 매우 활기차다.

아침부터 일찌감치 움직이는 사람들


전체 인구 60%가 40대 이하인데 그게 피부로 느껴질만큼 매우 영young한 에너지가 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그 어느나라보다 10~20대 젊은이을 많이 마주친다.

이미 고령화가 진행되는 동북아 국가에선 느끼기 어려운 에너지다.



또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베트남은 중국. 프랑스, 미국 같은 강대국과 붙어

모두 승리한 전적이 있다.

중국도 몰아내고, 프랑스도 몰아내고, 미국도 몰아낸,

유일한 나라다.


오랫동안 식민지 통치를 받아온 나라에서는 뭔가 모를 비굴함, 굴종, 순종적인 태도가 나타난다.

여행하다보면 과할정도로 굽신거리는 모습들을 보게 되는데 (그래서 마음이 불편하다)

베트남은 그런 태도가 전혀 없고, 매우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다.


게다가 여타 동남아 국가와 달리 매우 부지런하다.

대체로 동남아 국가들은 일년 내내 무덥고 기후가 좋다보니 뭘 악착같이 하는 게 없다.

굉장히 여유 있고 느릿느릿한 편이다.

그런데 베트남은 동남아 보다는 동북아의 느낌이 더 강하다. 늘어져 있지 않고 매우 열심히 산다.

호치민에 가면 역동적이고 생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흥청망청 대거나 늘어져 있지 않고

잘살고자 하는 의지와 에너지가 넘쳐나는 곳.

가장 젊은 나라의 젊음이 그대로 표출되는 매력.




그럼 호치민에 살 수 있어?


한때 호치민이 마음에 들어 여기에서 살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부동산도 알아보고 사업할꺼리가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다 곧 생각을 접은 게, 사는 것과 여행하는 건 다르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


베트남은 여행하기엔 싸다.

저렴한 숙박도 널렸고 식비도 우리나라 1/3수준이다. 그런데 살기엔 비싸다.

특히 주거비가 생각보다 매우 비싼데 좀 살만한 아파트나 집을 사려면 1-2억부터 시작한다.


이런 아파트는 15~20평형대가 1~2억 정도 한다. 수영장 등 편의시설이 잘 구비된 게 특징. 생각보다 아파트 수준이 높다.


월세도 비싼데 100-300만원정도 줘야 쓸만한 집을 구할수 있다.

공산품도 싸지 않다. 쓸만한 화장품 생필품 등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무엇보다 교육비가 비싸다. (물론 나는 아이가 없어서 상관없다만)

유치원은 100만원 줘야하고 초등학교부터 학기당 1천만원은 줘야한다 (물론 국제학교 얘기다)


여기서 싼건 인건비 정도.

하루에 2시간씩 주 5회 집안일 해주는 아줌마를 부르면 한달에 얼마가 들까?

호치민 사는 친구 부부에게 들은 바로 단돈 100달러다. (한달에!)


한마디로 베트남은 여행하기엔 싸지만 살기엔 비싸다. 왜 그럴까??

며칠 생각하다 내린 결론은 이렇다.

여행은 현지인처럼 살려고 가는거고, 거주는 현지인이상으로 살려고 가기 때문.

월 소득이 60만원인 베트남사람들처럼 먹고 지내면 싸다. 여행은 그게 가능하다.

그런데 베트남에 살려고 길땐 못해도 한국수준 정도는 살려고 가는거지.

그러니 차이가 날 수밖에.


그래서 베트남에서 사는 건 접고, 가끔 일이년에 한번씩 여행가는 걸로 정리했다. ㅎㅎㅎ

호치민 가면 내가 자주 가는 단골숙소와 카페, 밥집이 있다. 

그래서 마치 고향 찾아가는 것처럼 마음이 푸근하다. 

얘기하다 보니 또 가고 싶네. 

매거진의 이전글 저렴하게 비행기표 끊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