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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벤에셀 Apr 02. 2021

인생이라는 플롯에서의 수수께끼

수수께끼의 틈 속에서 순간순간 즐거워지려 한다

수수께끼 플롯에서는 ‘무엇’과 ‘왜’가 합쳐져야 수수께끼가 풀린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플롯에서의 수수께끼가 흥미로운 이유는 ‘무엇’과 ‘왜’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무엇’이 ‘왜’ 일어났는지 명료하게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어떤 수수께끼는 시간이 많은 흐른 뒤에야 풀리기도 하고 또 어떤 수수께끼는 많은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기도 한다. 인생은 수수께끼의 연속이다. 그 누구도 미래에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고, 과거에 자신에게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명료하게 알지 못한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수수께끼의 답을 찾으려 애쓰며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수수께끼 플롯은 우리 인생의 플롯과 닮아있다.


단순하고 명쾌한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에만 해도 많은 변수가 존재했고, 많은 요소들이 얽혀 어떤 것이 원인이었고, 어떤 것이 결과인지에 대한 것이 분명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와 비슷한 이런 수많은 인생들이 모여 만든 이 세상은 얼마나 큰 모호함으로 이루어진 곳일까? 


 내가 지금 이렇게 내 인생에 던져진 수수께끼를 풀고 있을 때 아마 찬이와 욱이도 자기들만의 수수께끼를 풀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아이들이 지금 풀고 있는 수수께끼는 ‘작은 방에 쌍둥이가 살고 있는 것은? 땅콩. 웃는 사과는? 풋사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바다는? 행복해.’와 같은 아기자기함을 지녔다.


영화 버닝에는 “없는 걸 있다고 상상하지 말고, 없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려라.” 라는 말이 나온다. 아이들과 함께 단순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때면 나는 때로 내 인생에 여전히 남겨져 있는 여러 난해한 수수께끼들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되고는 한다.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한 수수께끼는 한 순간에 명쾌하게 풀릴 수수께끼가 아닐 것이다. 앞으로의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끊임없이 내가 나에게 던질 끝나지 않는 질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매순간 정확한 답을 찾아내지는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정확한 답이 없다는 것이 답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정답이 없다는 것이 실은 우리 인생의 실체에 더 가깝다면 나는 정확한 답이 없다는 그 모호함 자체를 그저 잊어버리면 된다.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서는 그저 지금 이 순간만을 분명하게 느끼며 내가 풀어야 될 수수께끼의 답이 없을 수도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잊혀진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나는 없는 걸 있다고 생각하며 애쓰기 보다 없다는 그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 채 순간순간 즐거워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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