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살기 5개월 차, 호주의 방학 중 가장 긴 아이들의 여름방학을 맞이하였다. 크리스마스와 박싱데이 연휴도 있고 남편이 못다 쓴 연차휴가도 있고 하여 갑작스럽게 멜버른 자동차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그러니까 우리의 멜버른 여행은 호주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 다녀온 여행이다. 현재는 아직도 호주 내 주간 이동이 금지되어 있어 다른 주로 여행이 불가하다.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는 자동차로 약 9시간(880km) 정도 걸리고 우리가 꼭 가고 싶은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멜버른에서 3시간 정도 더 운전해서 가야 한다. 한국에서 자동차로 가장 멀리 가봐야 500km 정도의 운전이었을 텐데 과연 아이들과 왕복 2200km가 넘는 거리를 다녀올 수 있을까 물론 걱정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시드니에 오면서 구입한 것 중 가장 비싼 물품이 바로 자동차이다. 시드니 자체는 작은 도시지만 호주땅이 넓은만큼 어딘가 유명한 곳이나 외곽으로 놀러 가려면 자동차로 2~3시간 이동은 기본이다. 평소 주말에만 열일하고 있는 우리 자동차도 제 몫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우리는 멜버른과 브리즈번은 꼭 자동차 여행을 하자고 다짐했었다.
일단 자동차 여행을 끝낸 지금 당장의 생각은 ‘브리즈번은 못 가겠다’이다. 오랜 운전을 혼자 해낸 우리 남편도 대단하지만 보조석에 앉아만 있었던 나도(참고로 나는 장롱면허이다) 허리 아프고 마음도 편치 않았으며 우리 아이들도 뒷좌석에서 서로 싸우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렇게 고생하며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과 멋진 풍경을 가슴속에 담아 돌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당분간 장거리 자동차 여행은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멜버른 자동차 여행 1일 차 : 시드니에서 멜버른으로 이동
아직 깜깜한 새벽 4시. 우리는 아직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뒷좌석에 태우고 멜버른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우리 가족은 놀러 갈 때나 명절 때 이렇게 새벽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이들은 이런 출발에 익숙하다. 아이들은 새벽에 깨우면 벌떡 일어나 옷 입고 뒷좌석에 앉아 한참 쫑알거리다가 다시 숙면을 취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잠잘 때 이동하는 것이 평화롭고 좋다. 둘 다 깨어있으면 정신없이 떠들거나 싸우거나 둘 중 하나기 때문이다. 멜버른으로 가는 길은 어느 순간부터 그냥 계속 직진이다. 끝없이 직진. 호주 산불이 계속되고 있는 뜨거운 날씨라서 도로 옆은 바싹 마른풀과 나무가 계속 펼쳐지고 종종 불이 났던 흔적도 나와 안타까웠다.
다행히 이번 4박 5일의 여행 중 이틀은 너무나 뜨겁게 더웠고 이틀은 선선하니 좋았다. 호주의 여름 날씨가 한국보다 견딜만한 점은 열대야가 없다는 점인 것 같다. 햇볕은 타들어갈 듯 뜨거운데 그 햇볕만 피하면 그늘은 선선하고 밤에는 긴소매 옷이 필요하다. 그리고 숨 막히게 뜨거운 날씨가 연속되는 것이 아니라 2~3일 더우면 또 2~3일 선선하곤 한다. 멜버른은 이런 일교차가 시드니보다 훨씬 심한 것 같았다. 낮에는 에어컨이 필요했고 밤에는 난방이 필요할 정도였다.
미리 검색한 맛집에서 아침, 점심 식사를 하려 하였으나 오늘이 크리스마스인지라 문을 연 카페가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맥도널드나 헝그리 잭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중간중간 쉬어가며 그레이트 오션로드 시작점 근처에 위치한 오늘의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7시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1100km를 달려 멜버른에 도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