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자동차 여행 2일 차 : 그레이트 오션로드, 멜버른 시내 관광, 필립아일랜드 펭귄 투어
2일 차 일정은 밤까지 꽉 차 있었기에 아침 일찍 부지런히 움직여서 그레이트 오션로드 시작 지점으로 진입하였다. 오션로드를 따라 차로 이동하다 보면 길 따라 관광 포인트들이 나온다. 마지막 포인트인 12 사도 바위가 나올 때까지 여섯 군데 정도 내려서 구경하였는데 하나같이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라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데 발걸음을 떼기가 힘들었다. 아이들과 정신없이 사진 찍느라 정작 그 장소들의 지명을 기록하지 않아 글을 쓰는 지금 상당히 난감하다. 그리고 우리가 사진 찍는 기술이 부족하여 더 그렇겠지만 아쉽게도 사진은 실제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전혀 담지 못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곳은 Loch Ard Gorge로 협곡이 형성된 사이에 있는 해변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우며 물속이 비칠 정도로 바닷물이 투명하고 깨끗하다. 정말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하루 종일 여기만 있어도 좋겠다 싶지만 엄청난 파리떼가 산통을 깬다. 앞에 걸어가는 사람의 등짝에는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파리가 붙어 저 사람이 검은 물방울무늬 옷을 입었나 싶을 정도이다. 그런 앞사람을 보며 걸으면 나도 저럴 텐데 싶어 계속 몸을 털게 되어 오롯이 경치에만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마지막 12 사도 바위는 다른 포인트들에 비하여 관광객이 정말 많아 줄지어 가듯 걸어가야 했었다. 쉴 새 없이 관광헬기들이 뜨고 내리자 아빠와 아들은 헬기를 타고 싶다고 내게 조르기 시작했고 딸아이는 아빠랑 동생이 타면 나도 타고라면서 한발 빼고 있었다. 나는 불안증이 있는 지극히 위험회피형 인간이기에 나의 기준에서 헬기와 오토바이는 절대 안 될 이동수단이지만 인생에 한 번 이렇게 멋진 광경이라면 허락해줘야 할까 흔들리기까지 했지만 징징거리는 아들과 남편을 끝까지 혼내며 그레이트 오션로드 투어를 마치게 되었다. 왜 죽기 전에 가야 할 곳으로 유명한지 부정할 수 없는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달려봤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필립아일랜드이다. 처음 일정을 짤 때 운전거리가 너무 멀어서 가지 않으려 했는데 주변에서 멜버른을 갔으면 꼭 가야 한다고 강추하여 무리하여 일정에 넣었다. 예약도 너무 늦게 하여 하마터면 펭귄 퍼레이드 티켓 역시 구매 못할뻔하였다. 12 사도 바위에서 멜버른 시내를 거쳐 필립아일랜드까지 가는데 대략 4시간 반의 운전을 해야 하였고 멜버른 시내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간략하게나마 시내도 걸었다. 나는 소지섭과 임수정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세대이기에 드라마 내용은 지금 잘 기억 안 나지만 그 당시 임수정이 무지개 티셔츠를 입고 어그부츠를 신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장면은 뚜렷하게 기억난다. 그 미사거리를 기어이 찾아가서 쪼그리고 앉아 사진 찍느라 시간 지체가 많았다.
펭귄 퍼레이드를 볼 수 있는 네이쳐스 파크는 6시까지 입장해야 하는데 필립아일랜드 초입에 위치한 오늘의 숙소에 체크인하고 바로 출발하여 아슬아슬 도착하였다. 그러나 도착이 끝이 아니었음을, 우리가 펭귄 퍼레이드에 대한 사전조사가 너무 미흡하였음을 반성하였다. 펭귄이 오는 해변에 입장하여 새벽에 떠난 펭귄이 먹이를 먹고 돌아올 때까지 3시간 정도 아이들을 껴안고 오들오들 떨며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런 건 줄 알았으면 옷이라도 두껍게 입고 오고 핫팩도 챙겨 왔을 것을 우리는 반바지에 후드 점버가 전부였다. 해가 떨어지고도 한참 후 드디어 펭귄들이 해변으로 헤엄쳐 도착한다. 아장아장 물밖로 줄지어 걸어 나왔다가 다시 동료들을 이끌러 들어가는 것인지 쪼르르 모두 바다로 다시 들어가기를 수차례 반복하는데 이 모습에 관광객들은 감동과 안타까움의 탄식을 내뱉곤 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해변을 걸어 들어와 수풀 속의 펭귄 집을 찾아간다.
그날은 바다로 나갔다 돌아온 펭귄이 2천 마리가 넘게 집계되고 있었다. 우리가 또 미흡한 정보로 고생한 점은 이렇게나 귀여운 펭귄을 떠나기가 아쉬워 마지막까지 추위에 떨며 해변에 남아 펭귄을 맞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출구 쪽으로 나가는 길을 따라 펜스가 쳐져 있는데 바로 그 펜스 뒤쪽 길을 따라 펭귄이 아장아장 걸어 집을 찾아가기에 해변에 오래 있을 것이 아니라 이 펜스 옆에 서서 지나가는 펭귄을 봐야 하는 것이었다. 이런 중요한 정보를 몰랐다니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우리 아이들이 걸음마를 배울 때 모습처럼 펭귄은 짧은 다리로 아장아장 걷다가 넘어지고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는 과정을 셀 수 없이 반복하며 그 먼바다를 건너 해변을 걸어 수풀을 헤치며 배고픈 아기 펭귄이 기다리는 집을 찾아간다. 너무나 귀여우면서 안타까우면서 짠한 펭귄의 집 찾아가는 여정을 보고 있자니 펭귄의 삶도 쉽지 않구나 싶다. 아이들과 오들오들 떨면서도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았고 그날 밤 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릴까 봐 걱정하며 꼭 끌어안고 잤다.
펭귄 퍼레이드 온라인 예약 : penguins.org.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