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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Jun 15. 2021

#25 2021년 시드니 학교생활 Term 1 (2)

 6월 14일 월요일, 우리에게는 생소한 퀸즈 버스데이 공휴일이다. 역시 공휴일은 회사와 학교를 안 가서 신나는 날이다. 아침 일찍 시장 보러 집 앞 쇼핑몰에 나갔다가 우연히 한국관광공사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한국 홍보행사를 준비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과 오후에 나가 한국인이면서도 신나서 사진 찍고 컬러링도 집에 가지고 와서 열심히 색칠해서 또 행사장에 나가서 제출하고 왔다. 복주머니 만들기도 하고 싶어 했지만 자리가 없어 참석 못해 아쉽다며 프리 기프트팩까지 받아왔다. 음, 관광공사 예산을 한국사람이 이렇게 받아와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코로나로 한국에 못 간 지 2년이 되어 향수병에 빠진 아이들이 이렇게 또 즐거워하고 우리나라를 자랑스러워하니 참 좋다.


 학교 끝나고 BTS 맥도널드 밀을 사 먹겠다고 현지 친구들과 맥도널드 가고 이런 일상의 일들이 특히 우리 큰아이에게는 모국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것 같다. 역시 나라가 힘 있어야 낯선 외국에서 지내는 국민들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거 아니겠는가.


  이번에는 큰아이의 올해 첫 학교 생활에 대해 기록해 보고자 한다. 큰아이 역시 학업은 물론 많은 활동들이 있어 엄마가 옆에서 보기에도 안쓰러운 정신없는 10주간의 Term 1을 보냈다.      


 우선 8학년이 되자마자 3박 4일간의 캠핑을 다녀오는 것으로 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이번 캠프는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Killalea State Park로 다녀왔다. 작년에 캠프 갈 때는 무척 걱정되고 준비하는데 신경도 많이 썼는데 한번 해봤다고 이번에는 나름 작년보다는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


 작년부터 시작한 로잉은 일주일에 세 번씩 훈련하는 가운데 이번 텀에는 네 차례 리가타 경기에 참석하였다. 마지막 리가타는 올림픽 리가타 경기장에서 NSW주 여학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폭우 속에서 치러졌고 다음 텀은 겨울 시즌으로 로잉 훈련이 없다 보니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여러 차례 쫑파티 같은 모임도 있었다.

폭우 속에서 마지막 리가타 경기

 마지막 행사는 근처 다른 남학교와 함께한 부활절 콘서트로 큰아이는 학교 성가대 활동을 하고 있기에 또 바쁜 행사였다. 이렇게 바쁜 행사 일정 소화하면서 또 학과 과목별로 한국 학교의 수행평가와 같은 활동들이 있어 과제물과 팀 과제를 작성하느라 동분서주한 우리 큰아이를 칭찬해 주고 싶다. 큰아이는 말만 잘 통해도 뭐든 어떻게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매일 푸념을 늘어놓는데 사실 하루 종일 영어환경 속에 있는 것만도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할 때마다 엄마의 마음도 한없이 무거워지고 아이가 안쓰럽다.   

   

 과목별 과제물을 작성하는 것을 보면 정말 단순 암기로 넘길 수 있는 과목이 하나도 없다. 큰아이는 외워서 시험 볼 수만 있다면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할 정도이다. 예를 들면 테크놀로지 수업 과제는 여성 엔지니어를 찾아 그녀의 업적과 여성으로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어려웠던 점, 극복해야 했던 점 등을 작성해야 하는데 여성 엔지니어를 찾는 것부터 어려움이었다. 바로 생각나는 여성 엔지니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누구에 대해 하면 좋을까라고 묻는데 언뜻 ‘마리 퀴리’ 밖에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마리 퀴리는 엔지니어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아직 어린 우리 큰아이는 여성이 성공하는데 어려운 사회 분위기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부족하여 쉽지 않은 과제였다.  

    

 아이는 외워서 할 수만 있다면 이라고 주장했지만 외우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특히 과학시간에 이번 텀에는 인체와 생물에 대해 배웠는데 학교에서 매일같이 양의 심장, 신장, 폐, 대장과 소장, 닭 날개 등을 해부하느라 너무 역하고 힘들었다고 한다. 역시 낙농의 나라답게 저런 재료들을 학교에 공급하나 보다. 해부를 했으니 모든 용어를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이는 인체 장기들의 영어 명칭을 외우느라 너무 힘들어했다. “엄마, 작은 창자가 영어로 뭔지 알아?” “미안, 엄마는 작은 창자가 영어로 뭔지 한 번도 못 들어 본 것 같고 궁금해한 적도 없었던 것 같네.”      

 영어 과제는 호주의 원주민인 에보리진 작가의 시를 분석하여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 등에 관한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이었는데 이 시는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을 이용하고 파괴하는 현대사회의 비판하고 있어 아이에게 역시 심오하고 쉽지 않은 주제였다. 5지 선다식 문제보다 이런 에세이 작성을 하면서 아이가 생각이 깊어지고 자기 주관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호주 교육에서는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잘 전달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한국보다는 난이도가 낮은 수학의 경우도 원리를 많이 물으며 답을 도출한 과정을 자세히 적을수록 답이 틀리더라도 추가 점수를 주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많이 제외해버리는 음악, 스포츠 등 예체능에도 시간을 많이 들인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곧 한국으로 돌아가서 한국의 교육을 따라가야 할 텐데 너무 방향이 다르다 보니 항상 걱정이 많다. 호주의 교육과 한국 교육을 자꾸 비교하게 되면서 아이의 행복에 대해 엄마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번 텀에 또 한 번 한국과 다른 호주의 교육환경을 체감한 일도 있었다. 호주 학교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을 수준별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하는데 큰아이 학교에서 가장 낮은 레벨의 수학반 아이들의 수학 성적이 너무 안 좋게 나와서 학부모들의 항의가 있었고 그로 인해 그 반의 수학선생님이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큰아이는 자기는 그 선생님 좋은데 수학을 못하는 애들만 모아놓고 못 가르쳤다고 하면 선생님이 너무 불쌍하지 않냐고 학생들이 애초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지 않냐고 하는 것이다.     


 한국 학부모로서 아마도 내 아이가 수학 성적이 안 나온다면 학원부터 알아보고 아이를 마구 다그쳤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 아이만 해도 수학을 못하는 것이 본인 탓이지 왜 학교 선생님 탓이냐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지 않는가. 물론 호주에서도 들리는 얘기로는 개인 튜터도 두고 학원도 많이 다닌다고 하는데 아이의 성적에 대해 학교 측에 항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는 것을 보면 일차적으로 학교에서 아이의 교육을 전담해야 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구 상 어디에 있어도 자녀의 교육은 참으로 골치 아픈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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