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쪽 마을 간판 없는 쌀국수집 '포세화'

[일곱 번째 마을] 제주도에서 먹는 쌀국수가 매력이 있을까?

by Rere


제주 동쪽 마을 세화리. 세화 해변에서 마을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구석구석 숨겨진 소품샵과 카페들을 만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예쁨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 많아서 이제는 제법 사람들이 몰리는 동네가 됐다.


(*세화리는 세화 포구 근처에서 열리는 '벨롱장'으로 가장 먼저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몰랐던 제주 이야기에서 소개하는 일곱 번째.

제주도 로컬 맛집 '포세화'



간판 없는 쌀국수집 '포세화'를 찾아가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세화 파출소를 찾는 일이다. 내비게이션에 바로 주소를 입력해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지만, 입간판이 작은 편이라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땐 세화 파출소를 먼저 눈으로 확인하고, 맞은편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프리미엄 생활용품' 간판을 발견했다면 잘 찾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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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철제로 된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담한 식당 내부가 펼쳐진다. 테이블은 단 세 개. 밖에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부는 그리 넓지 않다. 한 번에 세 팀 정도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타이트한 일정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면 미리 예약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메뉴는 기본적인 퍼보(소고기 쌀국수)와 분짜, 딱새우 쌀국수, 퍼보훼(매운 쌀국수)가 있다. 사이공, 하노이 맥주와 후식으로 마실 수 있는 카페 스어다도 준비되어 있어 함께 곁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음에는 퍼보훼나 딱새우 쌀국수를 꼭 먹어봐야지."하고 다짐하지만, 매번 변함없이 소고기 쌀국수를 주문하게 된다. 숨이 푹 죽지 않은 아삭아삭한 숙주와 양파 그리고 그 위에 돌돌 말린 면발과 저민 소고기 마지막으로 총총총 썰어 올린 쪽파는 심플하지만 진한 맛을 낸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고 나면 입 안을 맴도는 감칠맛에 다시 한번 후루룩 떠 마시게 된다. 젓가락으로 면발을 잘 풀어서 섞은 다음 이 집의 하이라이트인 소스를 콕 찍어 먹으면 "역시 먹으러 오길 잘했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쌀국수를 주문하면 기본적으로 고수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주인장의 물음이 이어지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고수를 먹지 않는다면 미리 말해두자. 포세화에서는 메인 메뉴와 함께 고수, 잘게 썰린 청양고추와 붉은 단무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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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테이블 위에는 기본적인 스리라차와 해선장 소스 옆에 작은 양념통이 놓여 있는데 이걸 놓치면 안 된다. 앞접시에 취향껏 소스를 짜고, 작은 통을 열어 마늘과 자작한 국물을 함께 넣어 휘휘 섞어 먹어보자. 상큼 시큼한 소스와 매콤 짭쪼롬함이 함께 어우러져 이따금씩 계속 생각나는 맛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한 그릇을 후루룩 비우고 난 뒤 맛볼 수 있는 카페 쓰어다. 주인장이 베트남에서 직접 들여오는 연유와 원두가 들어간 쓰어다는 익숙하지만 이국적인 맛을 선사한다. 맨 아래층에 깔려있는 연유와 커피를 잘 섞어 얼음이 가득 담긴 컵 안으로 넣어 마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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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얼음 알갱이가 오독오독 씹히는 차가운 쓰어다는 지친 오후 떨어진 당을 채워주기에 제격이다. 따뜻한 쓰어다도 맛있지만, 차가운 쓰어다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계절도 거의 끝나가고 있으니 고민 중이라면 얼른 발걸음을 옮겨보자.


또한 포세화에는 제주를 상징하는 딱새우 쌀국수와 해장용으로 좋은 매운 쌀국수, 분짜도 인기가 많다. 그렇기에 정해진 영업시간 이외에도 육수나 재료 소진으로 인한 조기 마감이 종종 생긴다. 그럴 때는 공식 인스타그램(@pho_sehwa)에 공지가 꼬박꼬박 올라오는 편이니, 방문 전에는 인스타그램 공지를 꼭 확인해보자.



쌀국수를 좋아한다. 제주에 살면서 고기국수에 밀려 한동안 찾지 않았던 면요리이지만, 주룩주룩 내리는 가을장마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 같은 날들엔 하루 걸러 한 번씩 생각이 난다. 여행을 온 사람들이 굳이 여기까지 찾아가서 소고기 쌀국수를 먹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전국에 여기만큼 맛있는 곳은 없다고 단정 지어 이야기하지는 못하겠다. 그렇지만, 제주도에서 먹는 쌀국수에 매력이 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적어도 나는 여전히 이곳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답할 요량이다.


제주 동쪽 마을에서 찾은 로컬 맛집 '포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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