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며 설날 설운 울음에서 빠져나오기
-서로
울고 싶은 날이 많았는데
울 수 없었다
내가 울면 뭣도 모르고
같이 서글피 우는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울지 못했던 울음은
안으로 안으로 흘러
깊이 깊이 파고들더니
말없이 맑게 차올라
투명하고 잔잔한
우물이 되었다
우물에 비추인
달과 별, 밤하늘
그리고
나
아름다워서였을까
-이제는 울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이제는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무심히 툭, 순하고 고운 혼잣말이 나왔다
울고 싶은데 울
수 없던 날 찾아간
작은 우물가에서.
왜 시인들의 시에 우물이라는 상징이 많이 나오는 걸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마흔 중반이 되니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동안 속으로 울어내던 울음들이 그 속에서 우물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인도 아니면서, 시인인 척, 시를 쓰는, 생활 시인 한 명, 오늘 문득 제 안에서 우물을 발견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