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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은 친구다

- 시를 쓰며 울적한 마음 치유하기

by 서로


사막은 친구다

-서로


사막


생명이 응축된 곳

메아리조차 없는 곳

바짝 말라버린 모래만

두 손 가득 쥐어지는데

먹먹한 울음 쏟아냈더니

응축의 힘, 눈물이 모래를

단단히 뭉쳐내 굳혀주었다

어느새 헛된 울음 멈춰지고

두 손 안에 담긴 그것으로

벽을 세웠다 그제야

메아리가 돌아온다

무언가 답해준다

기대어 보기도 한다

이마저도 금새 지루해져

사막바람 멀미로 비쩍한

검불을 무심히 툭, 찼더니

되받아 돌려준다

놀기도 한다

우리는


사막이여, 친구여

온 사방이 그대인데

뭐가 외롭고 힘들겠는가

주저앉아 있던 자리 털고

일어나 다시 걷는다


사막인 줄 알았는데

벽인 줄 알았는데

그대가 친구였다







아이가 축구를 좋아한다. 운동장에서 까슬까슬한 모래먼지 신나게 만들며 함께 뛰어 놀아줄 아빠가 없는 아이. 쬐그맣고 비실거리는 엄마라도 챙겨서 공과 함께 나가곤 했다. 아이 엄마는 툭 하면 넘어지고 다쳤다. 공도 엄마 닮아가나. 참 비실비실 굴러다녔다. 재미없어. 엄마 쉬어. 아이는 혼자 벽에 대고 공을 차고 놀았다. 잠시 앉아 쉬면서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혼잣말. 벽이 나보다 낫네. 벽이 아빠네. 벽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네. 난 벽이라도 있나. 괜시리 울적하다. 땀 뻘뻘 흘리며 혼자 공을 차는 아이를 바라봐 주는 시간. 울적함의 눈물은 안으로 쌓였다. 메마른 마음이라서 그랬을까. 눈물은 다행히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속으로 잘도 흡수되었다. 사막같은 마음이라서 그리도 잘, 말끔히 아이를 속이며 속으로 울 수 있었나 보다.


그렇게 생성된 사막과 벽에 대한 심상. 아이가 이젠 십대에 들어섰으니 꽤 된 것 같다. 이제는 축구 친구들, 자전거 친구들, 게임 친구들이 생겨 아이는 엄마랑 벽 없이도 매일같이 나가 논다. 이 추운데. 공부는 못해도 다행히 친구는 많은 아이. 그 덕에 아이 엄마는 이제 집에서 혼자 편하게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랬더니 남은 건 아이 없는 벽과 사막.


직면해 보았다, 그것을. 그리고 드디어 길어 올렸다, 나만의 치유 시를.


누군가 꿈이 뭐였냐고, 꿈이 뭐냐고,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면 그동안 항상 이렇게 대답했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예요. 진심 그랬다. 다 귀찮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생각도 조금은 떠오른다. 나도... 뭔가.. 심어볼까... 꿈.. 꿔 볼까... . 여전히 사막같은 속이지만 계속 걸으며 뭔가 심어보면 언젠간 푸르름 가득한 풍요로운 숲이 될 수도 있으려나. 이런 생각, 하고 있는 거 보니 많이 낫기는 나았나 보다. 역시 효과 있네, 시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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