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며, 내면의 뜨거운 열기 식히기
어떤 나무
-서로
처음엔 분명
그저 작고 여린
한 줄기였을 것이다
모든 이에게 공평한 자연은
그에게도 분명 비, 바람에
천둥과 폭풍, 혹독한
가뭄과 겨울을 주었을 것이다
나무는 말없이 조용히
생이 주는 모든 경험을 삭히며
하늘 향해 자신을 뻗어낼 뿐이었다
고요하고 거룩하며
정직했던 그 시간은
어느새 저도 모르게 우듬직한
나무빛 나이테를 그려내었다
지혜의 정수가 담긴
걸작을 품은 나무는
정말로 어느새 하늘에 닿더니
그 앞에서 굽어져 갔다
작고 여린 것들이 깃든
한없이 너그러운 땅을 향해
자꾸만 굽어져 갔다
굽어지고 굽어진 그가 드리워낸
맑고 시원한 그늘 밑을 지나던
어떤 작은 이, 저도 모르게
곱고 순한 숨이 쉬어져
문득, 고개 들어보니
짙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파랑빛, 순수 가득한 하늘을 꿈꿨던
그대, 작았던 한 그루의 나무여
청록빛, 생명 가득한 하늘이 되었구나
하늘이 좋아
하늘 향해 나아가다
감히 하늘에 닿고는
굽어진 이들
오늘도 그들은 그렇게
누군가의 하늘이 되어간다
정말 매일같이 숨차도록 바쁘고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에게 나는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 첫 선물로, 아이를 재우고 밤 깊은 늦은 시간에 나 혼자 떡볶이를 시켜 먹으며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를 보았다. 깊은 감동과 여운. 말로 다 할 수 없는, 넘치도록 훌륭한 선물이 되어주었다.
그 다음 주였던 것 같다. 나를 적극적으로 내면 치유의 길을 걷게 만들어 주셨던 교수님의 1일 이상심리학 특강을 들으러 기차까지 타고 멀리 다녀왔다. 이것 또한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의 의미였다. 점심 시간, 그냥 맘 같아선 다같이 김밥이나 한 줄 먹고 바로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투덜거리시면서 너스레 편안스레 섬섬히 정말 강의만 열심히 하시던, 처음 뵈었을 때와 변함없는 모습의 교수님. 마음 깊이 안도했고, 가슴 깊이 감사했다. 몸은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내겐 넘치도록 훌륭한 선물이었다.
이번주였다. 학지사에서 25년 2월, 『상담 및 심리치료의 이해』라는 심리치료와 상담 관련 개론서를 새롭게 내었고, 책을 쓰신 교수님들이 직접 등판하신 줌 무료 특강이 있었다. 그것도 매일 밤, 하루도 빠짐없이! 감사하게도 대학원 가정학습주간과 일정이 겹쳐서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수업을 다 들을 수 있었다. 원래 매주 금요일에 줌으로 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놀랍고도 감사하게도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모임이 취소되어 어제도 끝까지 강의에 참여할 수 있었다. 어제는 중독을 주제로 한 강의였는데, 그 열기가 어찌나 뜨거웠는지 주어졌던 일정을 훨씬 넘어 10시 반이 다 되어서야 겨우 강의가 끝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동안 그 많은 분들을 통해 받은 내공 깊은 빛이 넘처나 내 속 온 데가 정신없을 정도로 느무도 뜨끈뜨끈하다.
내 작은 그릇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깊고 넓은 배움 가득한 선물들을 몇 주간 계속 넘치게 받은지라, 이 열기를 식히기 위해 자리에 앉에 잠시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그 글이 맺은 열매가 위의 시, 「어떤 나무」이다. 거대한 한 그루 나무들인 줄 알았는데. 글을 쓰면서 돌아보니 그 모든 분들이 내게 하늘이 되어주셨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