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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랑

- 시를 쓰며 사랑의 마음 회복하기

by 서로


람 랑

-서로


람아

람아

사람아


사람이었던

사람, 살아가네

살고 살고 살라내어

네모진 삶 살라내어

닳고 닳아 동그마낸 랑

사랑이 되어가네


랑아 랑아, 사랑아!






올 해는 1학년 담임이다. 동료들은 우리 1학년을 이렇게 불러 주신다. 어벤저스. 1학년이 총 세 개 반인데 나머지 두 분이 거의 영웅같은 분들이시기 때문이다. 두 분 다 1학년만 몇 년째 해오는 1학년 배태랑 전사들이시다. 그런데 교감선생님께서 거기에 나를 넣으셨다. 그것도 1학년의 간판같은, 1학년 1반으로. 작년까지 학폭이었는데. 올해는 설마. 편한 데 배정해 주시겠지 했는데. 부장해야 할 경력에 부장 안 하겠다고 끈질기게 도망다니는 거 들어주시는 대신 1학년에 넣으셨다. 그래, 부장보다야 낫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웬걸. 1학년은 역시 1학년이었다. 매일매일이 굉장했고, 정말 힘들었다. 그 와중에 늘봄 운영의 부실함은 뭐 거의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지난 주 금요일 오후, 부장님께서 전화가 오셨다. 어벤저스 전사님 두 분께서 같이 조퇴 달고 요 앞 병원에 비싼 링거 예약해서 맞으러 갈건데 같이 가자고 하셨다. 오옷. 어후. 와. 그랬다. 그런 거였다. 나만 힘들어 죽겠는 게 아니었던 거다. 어벤저스급 전사같은 대선배님들도 금요일마다 조퇴 달고 병원에 가서 비싼 링거를 맞으며 버티시는 만큼 힘든 거였다. 전사들이라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게 아니었다. 쉽고 편한 것도 아니었다. 링거 맞으러 같이 가자는 말씀을 유쾌상쾌통쾌, 걸걸하게 웃으시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시는 대선배님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같이 허허 웃었다. 옴마나. 웃을 수 있다니. 와. 나, 내면이 좀 커진 걸까. 좀 품 너르게 넓어지고 깊어진 걸까. 아니면 영웅같은 선배님들 속에 있으면서 분위기 탄 거였을까. 그 두 분 중 한 분은 심장질환으로 심장에 베터리를 달고 계시는 분이시고, 또 한 분은 첫째 아들이 아스파거 장애가 있는 분이시다. 두 분 모두 속이 너덜너덜한 분들이시다. 그분들 보시기에 나는 아마 인생내공이 애기 수준같아 보이시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였을까. 많이 가르쳐 주시고, 많이 챙겨주신다. 욕심이 난다. 엄청 힘들지만 올해, 어벤저스 전사 선배님들 곁에 딱 붙어서 그 내공, 쫙쫙 흡수하고 배워나가고 싶다. 문득, 어떤 말이 생각난다.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되서 하다보니 할 수 있게 되더라는. 진짜 전사들과 함께 있으니 엄청 힘든데도 견뎌내진다. 사람으로 사는 것 같고, 사랑이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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