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를 쓰며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기
나는 바다다
-서로
바다에 태어나
그 안에만 살 때는
그것이 바다인 줄
몰랐다
해 바람 별빛 파도
세차게 맞으며 사는 동안
뭐 그리 제 잘났다고
온 데가 뜨거워지는 바람에
어느 날, 몸을 잃고 떠올라
바다를 떠나
여기저기를
살아내게 되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차츰 열기가 식더니
잃었던 몸을 되찾아
흘러 흘러 다시금
바다와 하나가 되었다
다시 돌아왔을 때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이
'바다'라는 것을
여전히 한 방울이지만
나는 바다다
주말, 평소처럼 도서관에 갔다. 조용하면서도 평화로운 도서관 분위기를 만끽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서가를 걷다가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작년 여름, 용기 내 세상에 내놓았던 나의 책이었다. 꽤 놀랐다. 문득, 브런치에 올렸던 글이 생각나 검색해 보니 작년 11월 중순, 내게 소망이 하나 생겼다고, 내가 쓴 책이 도서관에 꽂혀 있는 걸 보고 싶다고 적어 놓았었다. 소망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내 책이 정말로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는 걸 보며 기분이 이상했다. 무척 들뜨고, 기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궁금하긴 했다. 누가 내 책을 희망 도서로 신청했을까. 아니면, 도서관 사서들이 신간 도서 구입 목록에 올려서 내 책을 도서관에 구비해 주신 걸까? 책이 나오고, 내가 내 책을 희망 도서로 신청했을 때, 도서관에서는 POD 책이라서 안된다고 답변했었다. 나는 내 소망이 그렇게 사라졌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딱, 이루어져 있다니.
문득, 영화 ‘소울’의 대사가 생각났다.
젊은 물고기가 나이 든 물고기에게 물었다.
“바다를 찾고 있어요.”
“바다?” 나이 든 물고기가 말했다.
“여기가 바로 그 바다야.”
어떻게 내 책이 지금 이 순간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게 되었는지, 내 소망이 어떻게 이루어져서 지금 내 앞에 선물처럼 나타나 주었는지 속사정은 전혀 모르지만, 어쨌든 흘러 흘러 그것은 자기가 있을 곳에 도착해 있었다. 그 순간, 온 세상이 바다 같이 느껴졌던 것 같다. 위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난 걸 보면 말이다. 내가 쓴 한 권의 책. 보잘것없는 단 한 권의 책일 뿐이건만. 꼭 거대한 바다의 한 방울 같다. 한 방울 한 방울, 그렇게 한 방울들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 바다는 그런 거다. 그러니 그 한 방울 자체 또한 바다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에라, 모르겠다. 횡설수설하고 있다는 걸 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건 시가 아닐까. 기록하고 싶은 뭔가가 분명 있는데 어떻게 잘 전달되도록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오늘도 어쩔 수 없이 나는 나만의 시 한 편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그리고 시 앞에서 멋진 척하며 혼잣말해 본다. ‘나는 이미 바다에 살고 있었구나. 내가 바다였구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