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물
-서로
무지의 어둠이 깃들자
모든 있음이 흐릿해져 가고
모든 없음이 모든 있음의 자리를 채워버렸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광막한 고요 속에 잠겨 있으니
어느 고원의 사원에서 기원한 듯한
깊고 잔잔한 종소리 들려온다
소리의 물결이 그려내는 형상을 따라
사라져버렸던 생의 경계들이 새롭게 그려지고
물결 위 비추이는 반짝임이
그간의 어둠을 거두어간다
맑게 다시 찾아온 이 첫 순간을 위해
이렇듯 늘 무지가 예물로 바쳐지나니
무지여, 이제는 그대가 찾아오거든
공경으로 맞이하겠노라고
가슴 앞에 두 손 모으며
조용히 혼잣말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