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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J Oct 20. 2024

소멸

영원한 것은 없다.


흔히 말하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세상 모든 일에 영원한 것은 없다. 좋은 일이 매번 일어나면 좋은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매번 일어나면 나쁜 일도 아니게 된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적절한 싸이클로 돌아가며 구별될 수 있도록 시스템화 되어있기에 우리는 그 희망으로 일생을 살아갈 수 있다.


대부분 내 인생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며 정신없이 살아간다. 다만 이 좋은 일이 누군가에게는 작아도 좋은 일이라고 여겨지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애걔~, 고작~"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는 만큼 그 체감은 상대적이다. 또한 그 좋은 일은 남이라는 거울에서 비치는 자기 자신을 보고서만 평가되는 그 정도의 일이기도 하다. 과정 또한 상대적이고, 늘 좋은 일도 일어나는 게 아님을 알면서도 정신없이 그것만 쫒는다. 결국 돌아온 길을 돌이켜 보니 놓친 게 많아 전체적으로 보면 나쁜 일 투성이다.

환경에 따라 나쁜 일이 비교적 많이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다. 좋은 일만 쫓아 달려오던 나에게,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답답하고, 억울하고 그런 인생들이 있겠지만, 모든 이에게 동일하게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고, 일어날 것이다.


군생활을 경험한 흔한 남성끼리는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똑같은 2년여간 군생활을 경험하는 동안 누구는 강원도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경험을 얻기도 하고, 누구는 후방부대에서 근무하기도 하는데, 남에 떡이 커 보이는 것처럼 모두가 모두를 부러워한다. 1군은 3군을, 3군은 후방을, 또 모든 군인은 상근이나 공익요원을, 공익요원은 민간인 상대하는 게 제일 힘들다며 차라리 군인이 되고 싶어 한다. 그렇게 모두가 모두의 겉모습만 보고 평가하며, 자기가 가장 힘들다고 여긴다. 그래봐야 2년이다. 아니지 이젠 2년도 아니지


한편, 소멸해야만 생겨나는 원칙은 신이 이미 정해놓은 계획이다. 우리를 창조한 그것이 행하는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부모가 자식을 얻기 위해선 인고의 시간을 버리고 버텨내야 한다. 배불러야 하고, 불편해야 하고, 머리털이 빠지기도 하고, 피부가 늘어나기도 한다. 골반이 틀어지기도 하며 지낸 인고의 시간이 마침내 자식이라는 행복으로 찾아온다. 여기서 끝이 아니고 그것이 날아갈 때까지 내 몸과 같이 돌보는 시간을 버텨내야 한다.

세상 모든 생명이 그렇다. 우주로 나아가 행성을 보자. 먼지구름으로부터 시작되어 수도 없는 세월 동안 살아간 그 거대하고 빛나던 행성도 결국엔 폭발을 겪으며 소멸한다. 소멸하는 과정에서 우주공간에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고 새로운 물질도 생성해 준다. 죽음과 동시에 새로운 행성을 탄생하게 하고, 우주 진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잃음과 얻음 계속 진행된다.


공지영 작가의 수도원기행에서는 아래의 문구가 있다.


금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가득 찬 은을 버려야 하고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또 어렵게 얻은 그 금마저 버려야 한다.


버리면 얻는다.


그러나 버리면 얻는다는 것을 안다 해도 버리는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쉬운 일이 아니다.


버리고 나서 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 봐,

그 미지의 공허가 무서워서 우리는 하찮은 오늘에 집착하기도 한다.      


계획의 일부가 이를 어기고 과부하가 일어나게 되면, 소멸의 과정이 필요하다. 동식물은 자기들이 거주하는 환경이나 공간에 따라 스스로 새끼수를 조절한다고들 한다. 인간의 경우에도 개체수를 조절해야 한다. 하나만 나아 잘 기르자가 대표적이다. 우주적 존재도 가차 없다. 그렇게 강력한 타노스도 그만의 논리대로 신을 도와 건틀렛을 휘둘러 개체수를 조절하고자 했다.


모든 것은 영원하지 못하다. 그렇기에 소멸한다. 소멸하기에 욕심낼 것 없고 소멸하기에 적당량만 취하여 같이 살면 그만이다. 소멸하는 것에 두려워할 것도 없고, 소멸하는 것에 기대할 것도 없다.


영원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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