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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ahn Jul 28. 2019

봉준호 감독 오스카상 타는 얘기

SBS 190728 예능PD 작문

봉준호는 차를 마시며 차기작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은 탔고, 내년에 아카데미가서 오스카상만 타면 되는데 미국은 뚫기 어려울까?' 이윽고 트럼프가 헬기에서 내려 봉준호가 있는 카페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봉준호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Hey Mr.Bong, Did you watch the Twit?" 북한의 김정은 만나고 가는 길에 잠시 들르겠다는 트윗이었다.

"아.. 예 차기작 시나리오 쓰느라 바빠서 못봤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곁에 있던 트럼프 외교관이 대화에 껴들었다. "봉준호씨가 미국을 찬양하는 영화를 만들어주면 이번 아카데미에서 오스카상을 받을 수 있게끔 하겠습니다."트럼프는 자신의 직통 메일을 남기고 홀연히 평택으로 떠났다. 트럼프가 떠난 자리에서 봉준호는 망연자실했다.


 봉준호가 친미성향의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홍진영이 행사를 포기한다는 것만큼이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윽고 봉준호는 자신이 선택에 내몰렸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트럼프의 제안은 자신의 영화적 근간인 자본주의 비판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뜻과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이 오스카상을 타게되면 미국 내 영향력이 커져 후배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부와 명예를 위해 개인적 신념을 저버리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트럼프의 메시지가 왔다. "수락 가능 기한은 내가 미국 영공에 도착하는 14시간 후, 다시 말하자면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1시입니다." 봉준호는 이렇게 중대한 일을 혼자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 대한민국 관객 동원 수 2위 감독인 이병헌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네 이병헌입니다." "전화벨 한번 독특하구만. 아.. 이 감독 요즘 바쁜가? 내가 미국에서 전언을 하나 받아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려고 하는데 전화로 말하기는 그렇고 직접 만나서 얘기하면 어떻겠나?" "아... 그런데요... 감독님 제가 요즘 작품을 하고 있어서 그런데 혹시 수원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으음... 그래야지 천 육백만 감독인데"


자초지종을 들은 이병헌 감독은 흔쾌히 제안을 수락하자고 했다. "감독님이 굳이 시나리오 쓰실 필요 있습니까? 제가 시나리오 써드리겠습니다. 대신에 시나리오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

봉감독은 무릎을 탁 쳤다. "그래 맞아. 내 영화라고 해서 굳이 내가 쓴 시나리오를 촬영할 필요는 없지. 자네가 써주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울 걸세. 자네는 무려 1600만 관객을 동원한 감독이지 않나. 할리우드에서도 분명 자네를 알아 보게 될거야." 이병헌 감독은 봉감독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망설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감독님 이거 수락 기한이 언제까지라고 했죠? 아니면 지금 여기서 수락하고 돌아가실까요?"


"아.. 아니 내가 집에가서 수락 메일을 보내겠네. 보내자 마자 바로 메일 보낼테니 기다리고 있게."

봉준호는 오후 10시가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집중이 되지 않아 시나리오를 멈추고 유튜브를 틀었다. 우연히 추천 동영상에 있는 BTS 맴버 RM의 유엔 연설을 보게 되었다. "Love Yourself, Speak Youself"라는 메시지가 봉감독이 마음에 와닿았다. '반미 영화를 만들었던 과거의 나 또한 사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친미 영화를 만들 수도 있는 앞으로의 나를 미워할 수도 없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오스카상을 받고 싶어하는 현재의 나를 알리는 것 뿐이야' 선택의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이 선택을 하고 나면 내가 욕먹지 않을 12시가 다신 돌아오지 않겠지. 아쉬워 벌써 12시, 어떡해 벌써 12시네. 하지만 이 선택이 지금의 나로서도, 한국 영화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도 옳은 선택이야. 이제 다시는 기생충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없겠지.' 봉준호는 손을 바르르 떨었다.

Yes, 트럼프의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외교관은 봉감독의 메시지를 트럼프에게 전달했다. 트럼프는 메시지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봉준호는 이병헌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네, 이병헌입니다. 제안을 수락하신 모양이네요. 축하드립니다. 이제 할리우드 진출할 일만 남았어요"

"그런가.. 지옥행 셔틀버스 한 대 대절해야 겠네." 봉준호는 수화기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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