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개인스터디
편의점(1000자 이내 / 50분)
단골 세븐일레븐엔 과잉친절맨이 근무했다. 그 별명은 내가 지었고, 단 한번도 그의 앞에서 입밖에 내뱉지 않았다. 그런데 누가 봐도 과잉친절맨은 모순적인 별명이다. 왜냐하면 편의점 알바가 친절함이 넘치는 건 문제될 것 없기 때문이다. 편의점의 묵음 문법에 익숙해진 사람은 그의 친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그의 친절은 남달랐다. 손님이 들어오는 순간엔 심장이 떨어질 정도로 < 안녕하세요! 세븐일레븐입니다!> 를 외치며 반겼다. 그는 반전 목소리의 소유자다. 딱 봐도 190cm가 넘는 키에 목소리는 얇은 하이톤이었다. 나는 그를 빠르게 지나쳐 후다닥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손님의 계산을 도와주는 사이에도 그는 나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눈길이 느껴졌다.
나는 사고 싶은 게 없어도 편의점에 들어가서 어슬렁거리는 습관이 있다. 그때마다 가엾은 고객이라 생각했는지 옆에 와서 살 만한 물건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자취생인 나의 재정 상황까지 고려해 저렴한 가격의 물건을 추천해주는 섬세함은 어떤 편의점 알바생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친절함의 압권은 카운터에서 결제를 할 때였는데 그는 마치 살아있는 키오스크 같았다. 내가 산 물건을 하나하나 들어서 종류를 읊고, 바코드를 찍었다. 그때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속으로 외쳤다. 그는 T맴버십 혹은 다른 맴버십 카드가 있냐고 물었다. 결제는 현금, 카드, 페이 어떤 종류로 할 것인지 물었다.
차라리 그가 키오스크였다면... 이렇게 부담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대충 대답하고 내 카드를 리더기에 꽂았다. 나는 빨리 결제를 한 후 내 물건을 들고 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 다음부터 나는 의도적으로 그가 카운터에 있을 때는 편의점을 피하게 됐다.
그는 잘못이 없었다. 그 편의점의 어떤 알바생보다 열정적으로 일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부담이 됐다. 잘못이 있다면, 오히려 내 쪽이었다. 편의점의 묵음에 익숙해진 내가 더 잘못된 것은 아닌지. 친절함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다. 언젠가 무인 편의점이 보편화된다면, 이런 기억도 버스안내양같은 추억거리가 될 것일지 문득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