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스터디 5/07/19
“칠흑 같은 어둠 속일수록 밤하늘의 별은 더욱 빛나는 법이죠.” “저는 망원경을 통해 하늘의 신비를 밝히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가끔은 맨 눈으로 별을 관측하는 편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천문우주센터의 김박사는 센터로 온 견학을 온 우리에게 말했다. 이윽고 김박사는 천장을 여는 버튼을 눌렀다. “여러분은 운이 좋은 편이네요. 아무리 시골이라도 별이 보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그는 주머니에서 천을 꺼내 안경을 쓱 닦고서 망원경을 꺼내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날 천문우주센터에 별 관측 동아리 인원으로 온 사람은 10명 가랑 되었다. 인솔 선생님 한 명과 밤하늘은 12시 이후에나 볼 수 있을 만큼 학교, 학원 생활에 찌든 고등학생들 아홉 명이었다. 그리고 그 고등학생 중 한 명이 나였다. 나는 중학생 때 키가 불쑥 커서 180cm가 넘었고, 덕분에 항상 줄을 서면 맨 뒤에 서 있었다. 학교에서 하는 어떤 일이든지 가장 마지막에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자연스럽게 앞은 키 작은 여자애들부터 순서대로 줄을 섰다. 나와는 다르게 맨 앞에 서 있는 설희는 그 순서에 대해 항상 불만이었다. “이름 ㄱㄴㄷ 순서대로 줄을 서면 되잖아. 이렇게 키로 줄 세우는 거 은근 차별이야 너도 알지?” 바로 뒤에 있는 민주는 은근한 승리감에 취해 있었다. “그래도 내가 너보다는 조금 크다. 설희야 언제 키 클래?” 설희는 그녀의 무시에 뾰로통해졌다. “내가 먼저 별 관찰 해야지.”
김박사는 나의 키와 맞먹는 수준의 망원경을 가지고 돌아왔다. 가장 앞에 있던 설희는 김박사의 교육을 간단히 받고 망원경 위에 올라 섰다. “선생님 이게 되는 거 맞아요? 아무것도 안보이는데요?” 선생님은 설희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니, 초점을 잘 맞춰야 보인다고 했잖니. 천천히 숨을 고르고 다시 한번 초점을 맞춰 보렴.”
민주는 설희의 등을 쿡쿡 찔렀다. 설희는 집중하다가 민주의 방해를 느끼고 뒤를 째려본 후 망원경에서 내려왔다. 민주는 그런 설희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짓고 홱 돌아서서 망원경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설희는 가장 뒤에서 줄을 서고 있는 내 뒤에 앉았다. “야, 야, 내가 먼저 봤는데. 내가 보기엔 고장난 거 같아. 어차피 앞에 애들 보려면 한참 시간 걸릴거고. 나랑 같이 다른 별 보러 갈래?”
“다른 별?” 나는 망원경이 고장난 게 아니고 네 성격이 급해서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맨눈으로 별을 보고 싶은 마음에 설희를 따라갔다. 설희는 키가 작아서 아주 약삭 빠르고 작은 곳도 잘 찾아 들어갔다. 반면 나는 덩치가 커서 설희를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쿵. 쿵. 내가 설희를 잡으러 다니는 것도 아닌데 남들이 볼 때는 그래 보였다.
결국 망원경이 있는 곳과 완전 반대편에 구석진 공간이 있었다. 설희와 나. 딱 두 명만이 들어올 수 있는 좁은 공간이었다. 내가 완전히 들어오자 설희는 문을 닫고, 작은 두 손으로 내 눈을 가렸다. “눈 좀 감아봐. 어둡지 않니? 그 속에 뭔가 밝게 비치는게 있지? 아까 김박사님이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만 별이 빛나는 법이라고 하셨어.” “그건 가로등이 없을 때 밤하늘의 별을 이야기하는..”,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네게 붉은 별을 보여줄게”
붉은 별은 어떤 별일까. 특별한 날에 보이는 별의 색은 유난히 붉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석진 곳에서 남녀가 단 둘이 맨눈으로 보는 별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게다가 낭만을 상징하는 붉은 빛이다. 설희는 숨소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설희는 손을 걷고 천천히 내 눈을 열었다. 그 곳에는 밝고 붉게 빛나는 별인 “금성”이 있었다. 나는 맨눈으로 금성을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서 한참 동안이나 그 별을 바라봤다.
“진짜 붉은 별이구나…” 나는 조용히 말했다. “진짜는 뭐야. 그럼 가짜일 줄 알았어?. 오늘 금성이 크게 보인다는 걸 검색해서 알고 있었거든. 낭만적이지 않아?” 설희는 구석진 공간이 불편해서 몸을 살짝 비틀었다. “응 낭만적이네. 낭만적이야.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설희는 밖이 보이는 창문을 닫고, 몸을 완전히 비틀어서 창문을 닫았다. “이제 진짜 별을 보여줄게.”
- 마지막 ‘별’의 임팩트가 엄청 강한 것 같습니다! 반전?의 느낌이 좋네요! 뭔가 로맨스 물의 한 장면 같아요! 다만 초,중반 부분의 설희와 나의 별 관찰 부분이 다소 긴 것 같아서 조금 쳐내고 좀 더 꽁기꽁기(?)한 느낌의 설렘이 느껴지면 마지막 부분이 좀 더 효과적으로 느껴질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풋풋한 느낌에 절로 미소가 나옵니다. 이런 느낌의 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별, 천문대, 10대,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고루 갖춰진 것 같아요. 앞 부분에 ‘키’랑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아서인지, 주제가 그런 부분인가 싶었는데 반전이네요 ㅎㅎ 저도 키 이야기하는 부분이랑 김 박사 관련 이야기들이 좀 더 정리되면 더 속도감 있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