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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ahn May 29. 2019

기생충

PD스터디 19/05/28

기생충 


 군 제대 복학 후, 약 3년의 기간 동안 기숙사에 살았다. 그 기간 중 2년은 같은 건물 내에서 총 6번의 이사를 경험했다. 학기가 끝나는 대로 모든 기숙사 학생들은 아래 층으로 모여야 했기 때문이다. 명목은 기숙사 관리의 편의성이였다. 다시 학기가 시작되면 새롭게 방을 배정 받아 위층으로  방을 옮겼다. 


 약 5평 정도의 방에서 2명이 살았다. 2년 간 살았지만, 개인 짐은 거의 없었다. 전자렌지를 공동으로 사용했고, 기숙사 내 에어컨이 달려 있었다. 3개월 뒤에 있을 이사의 편의를 위해 자연스럽게 짐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지속적인 주거 불안에 치를 떨었고, 마치 내가 기숙사에 얹혀 사는 기생충이 된 듯 했다.


이사도 큰 스트레스였지만, 그보다 컸던 건 어떤 룸메이트를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3개월 사는 동안 한 마디도 안한 룸메이트도 있었고, 그 누구보다 친해진 사람도 있었다. 결과가 어떻게 됐든 새로운 기생충들을 만나고, 같이 얹혀 살아야 하는 건 힘들고 지치는 일이었다. 


 기생충은 자신의 불안한 삶을 벗어 나기 위해 할 수 있는 내에서 힘껏 발버둥쳤다. 학점을 4.0 이상으로 올려서 간신히 원룸 형태의 방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곳은 6개월에 한 번 이사를 하면 됐고, 그 사이에 새로운 룸메이트를 만날 일도 없었다. 나는 비교적 독립적인 기생충이 됐다. 


 지금은 그 원룸 형태 기숙사에서도 벗어나 다세대 주택 원룸에서 살고 있다. 개인 짐도 늘었고, 타의에 이동하지 않으므로 스스로 기생충이라고 느끼진 않는다. 이제는 2년에 한번씩 재계약 시즌이 돌아 온다. 재계약 시즌이 되면, 혹시라도 주인이 월세를 올릴까 봐 벌벌 떨었다. 3개월이 6개월이 되고, 6개월이 1년이 되고, 1년이 2년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나의 주거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희소식을 들었다.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취직 후 40년 간 월급을 모두 모으면 된다고 한다. 회사에 붙어 있는 월급제 기생충 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40년이 지난 후에는 자네 미안하다며 다시 40년만 더 모으라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comment 

기숙사, 원룸, 계약기간 연장된 원룸, 이런 구조로 나간 점이 현실적이고 좋았습니다(실화인가요). 이 부분들이 ‘기생충’과 연결이 돼 있는데, 어떤 면에서 연결이 되는지는 잘 설명이 안 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누군가의 혹은 무엇의 양분을 뺏어먹고 사는 건데, 그게 잘 안 드러나는 것 같아요. 마지막 문단은 해학적이어서 좋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주거지에 거주하는 본인을 스스로 기생충으로 표현하는 관점이 좋았습니다. 현시대에도 잘 맞는것 같고, 여기서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들어 주제를 표현하면 훨씬더 풍부한 글이 될거같아요~!


기생충의 의미가 잘 와닿지 않은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인 것 같아요. 기숙사도 무료가 아니라 돈을 내고 사용하는 권리이고 회사원도 일을 한 만큼 돈을 받는 사람이라고 느껴서 그런 것 같아요. 기생충을 빼고 다른 것을 넣고 살리면 더  해학적인 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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