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람의 이야기
최근, 한 권의 책을 '재밌게' 읽었다기보다는 '꾸역꾸역' 집중해서 끝낸 경험이 있었다. 바로 토스에서 펴낸 『더 머니북』. '잘 살아갈 우리를 위한 금융생활 안내서'라는 부제처럼, 중요한 경제 개념을 쉽게 풀어낸 정보서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생각보다 두껍고 묵직한 책의 물성과 한 권에 담긴 방대한 금융 정보, 그리고 극단적으로 갈리는 대중들의 평가까지. 모든 것이 이 책에 쉽게 손이 가지 않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언젠가는 꼭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고, 어느 날 기분 좋은 오후와 집중력 좋은 날씨가 겹쳤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긴 호흡으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 읽은 뒤, 나는 단순히 이 책의 '내용'보다는 토스라는 브랜드가 왜 이 책을 만들었는지에 더 눈이 갔다.
토스를 만든 비바리퍼블리카는 "누구나 평등하게 금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더 머니북』은 그 철학을, 앱이 아닌 '책'이라는 물성에 담아내려는 시도다.
이 책에 대한 리뷰 중 상당수는 디자인에 관한 것이다. 낯선 종이 질감, 박스 포장, 180도 펼쳐지는 제본 방식. 누군가는 "감성만 있고 실용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꼭 책이 '실용'만을 목표로 해야 할까?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이 시대의 책은, 때로는 정보 이전에 '태도'를 말하기도 한다. 이 책은 오히려 그 불편함을 통해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을 말하려 한다.
『더 머니북』은 "금융 교육은 어디서 받아야 하죠?"라는 사용자 질문에 대한 토스의 응답이다. 경제는 결국 정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그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브랜드가 콘텐츠라는 방식으로 사회에 개입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역할이 된다.
경제는 숫자의 논리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 욕망을 건강하게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정보'이고, 정보는 실행력을 만들고, 실행은 삶을 바꾼다.
『더 머니북』은 누군가에겐 어설픈 시도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브랜드가 사회와 연결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읽었다. 단순히 상품을 홍보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이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책'을 하나의 매개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의미 있다.
이 책을 통해 얻는 건 단순한 경제 지식이 아니다. '금융을 자기 삶과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을지'에 대한 사유의 틀이다. 그래서 이 책은, 숫자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독자에게 더 오래 남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