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이벤트를 만드는 연습
4월의 글 쓰는 밤 - 세 번째 모임
세 번째 글쓰기 모임의 주제는 '슬럼프'였다.
모임의 한 동료가 최근 겪었던 직장에서의 실수, 무기력함, 그리고 리더와의 갈등을 조심스레 꺼냈다. 직장인이든 프리랜서든, 시기와 강도만 다를 뿐 인생의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모두 슬럼프를 겪는다는 사실을 한번 더 확인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생각했다. 나는 지금 슬럼프일까? 혹은 예전에 겪은 적이 있었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슬럼프가 정확히 어느 분야에서 찾아왔는지도 헷갈린다. 일이었는지, 인간관계였는지, 혹은 나 자신에 대한 회의였는지도.
하지만 곰곰이 떠올려보니, 오히려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이 일상이 슬럼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특별히 재미있지도 않은 날들. 편안함과 불안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듯 매일이 흘러간다. 그러니까 어쩌면,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슬럼프'를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글쓰기 모임에 오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을까.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서. 요즘 내 머릿속에 떠도는 키워드는 이직, 여행, 연애(혹은 결혼) 등이 있다. 어쩌면 일상에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바람이 그런 단어들을 끌어오는 것 같다.
모임 중에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바람'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wind도, wish도 아닌, 관계에서의 바람.
그 키워드를 듣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이 '바람'이 꼭 누군가를 배신하는 행위가 아니라, 지금의 삶과 일상에 살짝 금을 내고, 새로운 취향과 세계를 몰래 들여다보는 행위일 수도 있겠다고.
한 동료는 회사 생활이 너무 지루할 때 갑자기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거나, 떠나고 싶은 도시가 떠오른다고 했다. 반복되는 삶에 작은 변화를 주기 위한 본능 같은 감정이랄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런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기획된 이벤트'로 만들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도 결국 하나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고, 다시 시도해 보는 일.
조금씩 도전의 빈도를 높이고, 소비의 스펙트럼을 넓혀보는 연습.
그게 때로는 슬럼프를 가장 부드럽게 넘어가는 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