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검지 주름에 신권 10원 짜리 동전만한 크기의 사마귀가 있다. 언제 생긴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한 6년은 된 듯 하다. 정확하게 모를만도 한게 처음에는 아주 자그마한 흉터도 못됐던 놈이라 신경도 안썼을 것이다. 어느날 보니 이렇게 커져있다. 솔직히 말하면 징그럽다. 있으면 안될 곳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이 놈이 기분 나쁘다. 그렇게 항상 내 콤플렉스였다. 사람의 손이란게 은근히 눈길 많이 간다. 아니 존재감이 크다. 하다못해 술잔을 주고 받을 때만해도 소주 한 병이면 일곱번이다. 종종 물어보는 이들도 있었다. 궁금했겠지. 흔치는 않기 때문에.
그래서 버릇이 생겼다. 조금은 불편한 자리에선 뒷짐을 진다거나 왼손으로 오른손을 덮는다거나 그렇게 가렸다. 팔뚝이나 다리에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 “떼주세요!” 하고 싶다. 사실 불편한 것도 없어서 그쪽에 있었으면 그냥 달고 살았지 싶다. 근데 손이다 손. 달고 살자니 흉측하고 수술하자니 구부러지는 부분이라 거의 한 달은 오른손을 못쓸 것이라 선뜻 용기내어 병원에 가지도 못하겠다.
이 놈이 원망스러웠다. 볼 때마다 왜 하필 여긴가 생각 들고 짜증났다. 그러던 때에 한 번은 친가 가족모임에 가게 됐다. 친가 쪽 사촌들과 나이 차이가 좀 있어서 고등학생부터 유치원생까지 조카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 유치원생 조카가 내 사마귀를 보고 말했다.
“반지네? 반지 좋겠다.” 풋 하고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내가 말했다. “반지 맞아. 근데 삼촌 이거 빼려고 나중에.” 그러자 조카놈이 글쎄, “그럼 그거 빼면 나줘.” 그러는 거다. 전날에 사촌 누나가 전래동화 ‘혹부리 영감’이라도 읽어줬나보다. 웃기면서도 새삼 동심이란게 이렇게 기발하구나 생각해서 조카 머리 한 번 쓱쓱 쓰다듬어줬다.
이제 누가 사마귀를 보고 뭐냐고 물으면 나는 대답한다. “반지에요.” 다들 내가 조카 말을 듣고 웃은 것처럼 피식한다. 전에 내가 그 물음에 “이거 사마귄데요, 언제 생긴지도 모르겠고 점점 커져서 어쩌구저쩌구..” 구구절절 설명하면 다들 걱정의 눈빛이나 약간의 동정을 눈빛을 보냈다. 근데 반지라고 하니 가볍게 웃으며 넘어가게 되더라.
가까운 시일내에 기회가 되면 이 반지는 뺄 것이다. 꽤 오래 함께 했지만 여전히 이 애증의 반지는 없는 편이 낫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빼면 달라던 조카한테는 뭐라해야 하나. 별로 안좋은 거라고 하면 동심을 파괴하는 거니까 잃어버렸다고, 더 이쁜 반지 사준다고 달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