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 지각변동
6월의 월기는 조금 특별하다. 단순히 6월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그치지 않고, 덩달아 상반기 결산까지 이루어지는 때라서 그렇다. 상반기(上半記)라고나 할까.
한 해를 마무리할 때도 끝이 좋으면 뭔가 1년을 잘 보낸 것 같은 느낌이 가끔 들지 않나. 분기나 반기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2023년이 시작된 이래 반기를 돌아보면 인사이드아웃처럼 여러 감정이 공존한 느낌인데, 6월이 기쁨으로 가득해서 그런가. 반기 동안 들었던 부정적인 감정들 또한 이 순간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는 식으로 미화된다.
6월은 기쁜 소식을 몇 가지 전달받을 수 있었다. 올해 넣은 공모 사업들이 하나둘 붙기 시작했다. 상반기 사업은 개인 활동 쪽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단체 차원에서의 공모 사업은 넣는 족족 떨어졌다. 오죽하면 ‘올해는 공모 사업과 인연이 아닌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지 않은가. 매일 밤잠 줄여가며 기획에 매진한 결과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반기에는 세 개의 공모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고,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 있는 것들이다.
기자 일도 순조롭다. 매주 연재하는 청년 창업가 시리즈는 한 주 한 주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인간관계를 내게 선물해 준다.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 수다 떠는 것도 재밌고, 향후 같이 뭔가 해보자고 작당모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설렌다. 원고료 받는 게 부수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한 30명 정도 쌓이면 자체적으로 행사 한번 열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그것 이외에도 지역의 여러 새로운 소식을 발굴하면서 빠른 정보 습득과 개인 브랜딩에도 현저히 기여하고 있다. 하나의 일이 여러 가지 가치를 창출하는 셈이다.
여러모로 내가 가진 N잡들이 잔잔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매일 느끼고 있다. 하나하나를 떼 놓고 보면 점진적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이것들을 모두 합해 ‘나’라는 인간의 발전을 미루어 보면 시간 대비 비약적인 결실을 이뤄냈음을 자부한다. 단순히 경험치를 더 쌓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씨앗을 심어도 잘 자랄 수 있도록 비옥하게 기반을 일궈놓기까지 이르렀다. 그냥 풍년이 든 것을 넘어 대격변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하반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음 스탭으로 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자명한 사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시도는 기대되면서도 두렵다. 특히 이제는 미지의 영역을 알고도 들어가야 하는 운명적 상황에 놓였다. 그래도 어쩌겠나.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오기도 했고, 늘 그랬듯이 알 수 없는 것에는 내가 의연하면 될 일이다. 언제 갑자기 쌓아가던 게 무너지더라도 흔들리지 말고, 작고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줍줍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