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대의 고비를 버티다
헛구역질이 날로 심해진다. 매일 아침 식사 대신 빈속에 때려 넣는 커피 때문일 게 자명하다. 10월은 몇 날 며칠 밤을 꼴딱 지새우는 것도 일상이었다. 단순 과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것들이 날 힘들게 했다. 평소에는 쉴 바에야 차라리 일하고 말지라는 주의였는데, 처음으로 이제 좀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변에 내놓는 자조가 늘었다. “나는 오래 못 살 운명인가 봅니다.”
10월이 얼른 지나갔으면 하면서도 최대한 천천히 갔으면 하는 모순을 수없이 생각했다. 특히 속으로 가장 많이 읊조린 말이 있다. ‘여기서 까딱 정신 놓으면 나는 끝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이렇게 월기를 쓰고 있는 걸 보면, 어찌어찌 10월을 버텨낸 모양이다. 참 스스로 애처롭게 여기면서도, 동시에 얻은 것들 또한 많은 한 달이었다.
네 번째 작품집을 품에 안았다. 늘 새 책을 만들 때마다 자녀가 태어나는 기분을 간접적으로 느낀다. 물론 실제 생명을 잉태하는 숭고함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언제나 내 노력과 결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건 가슴 벅찬 일이다. 더불어 내 손으로 처음 축제라는 걸 만들어서 책을 기념했다. 첫 축제 기획이라 어설픈 것도 많았으나, 나름대로 신선한 시도였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도 있을 거 같고.
올해 대형 프로젝트를 몇 개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혼자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이다. 주변에 좋은 인간관계를 쌓아두지 않았다면 내가 무사히 10월을 보낼 수 있었을지, 돌아보면 지금도 꽤 아찔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기꺼이 손 내밀어 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더더욱 주변을 잘 챙겨야겠다고 다시금 느꼈다.
폭풍 같던 10월이 지나고, 이제 엔드 게임의 절반 정도 온 것 같다. 처음 이 단계에 들어섰을 땐 혼자 욕도 많이 했다. 큰 이벤트가 다 끝났는데, 왜 나는 여전히 할 게 많은 거냐며. 큰 산을 하나 넘은 지금, 아직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이제는 시간으로부터 달아날 필요는 없어졌다. 올해의 종착점에 다다르면 그땐 정말 휴식을 취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