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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 Dec 29. 2023

2023년 12월 월기(月記)

조금 늦었지만, 날 위한 시간이야

12월의 첫날은 산뜻하게 시작했다. 기사 써서 원고료나 벌자는 심산으로 참가한 대회에서 덜컥 1등을 해버려, 올해 투두리스트의 마지막 한 줄을 추가한 건 고무적이다. 올해 마지막 기획 프로그램과 강의도 잘 마쳤다. 마지막 달이라서 그랬다기보다는 12월의 활동이 제법 아늑하게 남았다. 평소와는 다른 방향으로 시도해 본 것도 있고, 나도 조금 내려놔서 편했달까.

12월 1일, 울산광역시에서 주최한 2023 청년정책제안 끝장개발대회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앞서 누군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내가 한 달에 내는 월세가 얼만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응당 집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 난 왜 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걸까.” 흔한 직장인의 ‘퇴사하고 싶다’는 자조가 반농담 정도 들어간 말이었는데, 그에 걸맞게 이달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예달보다 많이 가졌다.

올해 마지막 기획인 인문학 캠프 3기와 마지막 강의인 양산 글쓰기 강의.

특히 한창 추울 때는 집 밖에 나가면 온몸이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여름이 좋아, 겨울이 좋아?’라는 질문을 받을 때 내 대답은 늘 한결같다. “난 겨울이 정말 싫어. 차라리 여름이 낫지.” 겨울이 절정에 다다를 때마다 몸을 웅크리고 수동적으로 변하는 내가 싫어진다.

아무래도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보니 회포를 푸는 자리도 종종 생겼다. 이제는 일부러라도 그런 자리를 찾아갈 필요를 느낀다. 남들과 시시콜콜한 농담 따먹기를 해본 게 언제던가. 나이가 찰수록 만나는 사람들이나 말의 경중에 대한 각자의 형태가 조금씩 갖춰진다. 점점 가벼운 이야기를 하는 게 나라는 사람 자체를 비추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괜스레 두려워지기도 한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청취는 아래 링크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uwYM7nM9bs&t=396s


그럼에도 이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관계 형성의 기틀이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내공은 매번 쌓아가고 있으니, 그 안에서 어렵게 보이지 않게 나를 드러내는 방법을 계속 연습한다. 대놓고 다가와 달라는 워딩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사람이 스미며, 심지가 곧은 인간상이 몸에 배게끔 언행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내년 준비도 게을리 할 수 없지...

마치 에필로그 같은 한 달이다. 물론 이제 해가 바뀌니 아주 틀린 정의도 아닐 거다. 1년의 끝자락에 다다라서야 나에게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너무 늦진 않았을지 걱정도 됐다만, 다행히 길을 완전히 잊지는 않은 모양이다. 더 나를 챙기는 데 집중하고 산뜻하게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2023년 12월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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