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덮친 염세주의
늘 해가 바뀔 때마다 올해는 어떤 일이 있을지 두근대며 기대감을 가지곤 했다. 적어도 새해가 밝고 한두 주 간은 그러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매년 그랬으니까. 막상 1월이 되니 생각보다 감흥이 덜했다. 마치 2023년 13월을 맞이한 느낌이랄까. 새로울 것 전혀 없는 매번 같은 일상의 연장선상일 뿐이었다.
새해가 내게 미치는 파급력이 기대 이하여서였을까. 뭘 해도 만족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새롭게 뭘 해볼지 머리통을 굴리는 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물론 한동안 불어닥쳤던 한파의 영향도 적지 않을 거다. 겨울이 가나 싶더니 얼어붙은 공기는 일상에 족쇄를 걸어 잠갔다. 함께 찾아온 얕고 긴 몸살로 인해 허약하고 수동적인 사람으로 거듭났다. 역시 난 겨울이 정말 싫다.
이 현상의 지속은 자연스레 세상과 인생을 비관적으로 해석하게 했다. 누굴 만날 때마다 염세적 가치관으로 변모한 것에 대한 하소연을 털어냈다. 평소의 나와 어울리지 않는 가치관이 잠식한 건 생각보다 더 큰 괴로움이었다. 세상 따위 어떻게 돼도 좋다는 둥, 중2병처럼 쏟아내는 세상에 대한 허무와 절망. 오랜만에 실컷 우울해했다.
물론 이런 현상이 장기적으로 내게 썩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기에 여러 방식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전시회를 개최해 굳이 굳이 안 해도 될 일을 벌였고, 부지런히 정모를 운영하며 구성원들과 소통했다. 과장 조금 보태서, 더블유 활동이 아니었다면 1월은 그냥 내다 버렸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늦게나마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고 있다. 2월이 되고 다시 시즌이 개시했으니, 언제까지나 퍼져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특히 올해는 앞서 여러 목표를 세웠고, 다 이루겠노라 호언장담했으니 작년보다 더 바삐 움직여야 한다. 1월의 염세주의가 전화위복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답을 찾아 나설 것이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