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의 로컬 탐험 일지
프리랜서는, 특히 기관이나 정부를 통해 일하는 사람이나 회사는 지금이 한창 바쁠 시기 중 하나다. 농사로 치면 밭을 일구는 것과 비슷할 거다. 올해 할 수 있는, 해야 할 일들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그 안에서 내 일을 찾아 손에 넣어야 한다. 때문에 이 시기는 신청서·기획서·사업계획서 등 한창 서류 작업한다고 바쁘다.
제법 많은 서류를 만들었고, 절반 정도는 성과를 이룬 반면 고배를 마신 것도 적지 않다. 작년에 제대로 임하지 못해 계약 연장에 실패한 것도 있고, 새롭게 시도해 보려 했으나 역량 미달이었던 것도 있고, 작년·재작년에 떨어졌는데 2·3수 끝에 붙은 것도 있다. 문득 공시생이 매일 가지는 불편한 마음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러 차례의 낙방으로 맥 빠지는 가운데, 다시 기운이 돋게 만든 건 의외로 스레드에서 본 한 줄의 글이었다. “저는 또 공모전 떨어졌습니다! 지지 않는 용기와 계속 이어가는 작업이 이미 역량이죠!”라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남긴 한마디가 괜스레 위로를 전해줬다. 어찌나 인상 깊었는지 따로 캡쳐까지 해 두었다.
지금까지 성과가 난 건 대체로 타지에서의 활동이 주를 이뤘다. 이달에 다녀온 지역만 대구·광주·부산에 이른다. 이전부터 울산에서의 활동에 한계를 느끼고, 타 지역과 꾸준한 교류가 필요하겠다고 스스로 인지는 하던 상태였다. 마음속으로 어느 날 갑자기 타지에서 날 찾아주면 좋겠다고 생각만 했는데, 결국은 활동 기반을 만드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쌓아온 내 커리어로, 여러 제한 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을 초월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탈울산을 준비하는 거냐고 물었는데, ―물론 절대 아니라는 건 있을 수 없겠지만― 지금은 지역 간의 새로운 접점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픈 마음이 있다. 여전히 울산에서 내가 할 일과 모르는 것들은 많다고 생각한다. 여러 로컬을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바로는, 처음 맞이한 로컬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너무도 색다르다는 걸 느낀다. 아마 그렇게 수집하는 각 로컬의 자원들과 울산이 보기 좋게 콜라보레이션할 수 있는 광경을 펼치는 것도 마냥 불가능한 건 아니지 않을까 기대한다.
※로컬 탐방 코멘트
· 광주 :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번화가가 형성돼 있음. 근방의 아시아음식문화거리는 죽은 거리같다는 느낌. 충장로 쪽에 생각보다 청년들이 많았음. 전라 쪽이라 맛집이 많은 듯 보임.
· 부산 : 옆 동네라서 생각보다 잘 안 가게 되지만, 다룰 수 있는 자원들은 기대한 것처럼 많을 것으로 예상. 대한민국 제2의 도시지만, 인구 유출에서 자유롭진 않은 것으로 보임.
· 대구 : 최근 군위군이 편입되면서 면적이 꽤 넓어졌음. 로컬 축제가 어마무시하게 많음(파워풀대구페스티벌, 치맥페스티벌, 수성못페스티벌, 동성로축제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