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 어제는 알았지만 오늘은 모르는 것

by 상상혁

오래된 노트를 살피다 문득 멈췄다. 과거의 내가 남긴 짧은 질문이 적혀 있었다. '오늘따라 하늘이 예쁘다. 하늘은 원래 예뻤는데 내가 몰랐던 걸까?' 나는 늘 성장하고 있다고,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노트 속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더 어른스러웠다.


이것은 성장의 문제가 아니라 발견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계속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잊었던 것을 되찾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뿐이다. 과거의 나는 하늘을 발견했지만, 오늘의 나는 그 하늘을 잊고 살았다. 오늘의 감탄이 새로운 성취가 아니라, 잃어버렸던 조각을 되찾는 행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이란 직선의 길이 아니라는 깨달음은 나를 조금 허탈하게, 또 조금은 자유롭게 만든다. 매일 더 나아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저 오늘의 하늘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말을 건다. 괜찮다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나는 조용히 노트를 덮으며 희망을 품는다. 내일의 내가 또 무언가를 잊더라도, 과거의 어느 내가 다시 그것을 발견해줄 것이라는 사소한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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