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 어제보다 못한 오늘

by 상상혁

성장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라는 단순한 명제로 정의되곤 한다. 우리는 그 명제를 기준으로 스스로를 채점한다. 더 나아졌는가, 아니면 퇴보했는가. 이 이분법의 잣대 위에서 '어제보다 못한 오늘'은 명백한 실패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실패의 영역에 속해 있다. 어제보다 더 쉽게 무너졌고, 더 짧게 집중했으며, 더 깊게 자책했다.


그러나 나는 그 직선의 논리를 의심한다. 성장은 위로만 뻗어가는 직선 그래프가 아니라, 같은 자리를 맴도는 듯 보이는 나선형 계단에 가깝다. 분명 한 걸음씩 오르고 있지만, 방향을 틀면 어제와 같은 풍경, 혹은 더 낮은 곳처럼 보이는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어제보다 못한 오늘은 바로 그 순간이다. 정체와 퇴보처럼 느껴지는, 다른 높이에서 겪는 익숙한 고통.


이것을 실패라고 이름 붙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성장통이라 부르고 싶다. 한 층위만큼 더 높은 곳에 도달했기에 비로소 마주하게 된,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나의 취약점이다. 어제의 나는 이 통증의 존재를 몰랐지만, 오늘의 나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된 것, 이것 또한 성장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맹목적으로 추구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지금의 위치를 아는 오늘을 살기로 한다. 설령 그곳이 어제보다 못한 풍경을 보여주더라도, 내가 나선 계단의 어디쯤에 서 있는지 조용히 인지하는 것. 성장의 의미는 결과가 아니라, 그 좌표를 확인하는 과정 자체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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