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림 Sep 27. 2022

마음을 읽다

유난히 밝던 보름달. 유난히 축 쳐진 당신의 어깨.

떨어진 시선 끝엔 무엇이 있는지 유난한 나의 인기척에 그제야 뒤돌아봅니다.

나를 발견하고 올라가는 팔. 잠시 주저했으나 이내 손을 흔듭니다.

희미하게 눈꼬리를 내리고 금방이라도 부스러질듯한 웃음을 내게 보이는 당신.

어떤 힘듦을 감내하고 있는지, 유독 작아진 존재감에 당신의 어깨에 얹혀있는 일이 무언지

여쭤보고 싶은 마음은 잠시, 마주하는 시선에 숨기고 외칩니다.


"춥다, 들어가요 아빠."






이리도 급하게 꺼진 하루지만 왜 인생은 굴레의 연속인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같은 일상. 매일을 치이다 보면 끝이 올까요.

스러질 듯 스러지지 않는 발걸음은 지칠 대로 지친 몸뚱이를 집으로 이끄네요.

중력은 내 머리에만 존재하는지 자꾸만 내려가는 시선을 흔들어 잡네요.

꾹꾹 눌러 담은 한숨이 채 나올까 얼른 주머니를 뒤적여 담배를 찾는 순간 들려오는 한 마디.


"춥다, 들어가요 아빠."






내 미소에 화답이라도 하듯 아빠의 어깨 또한 곧아지고 입가에는 미소를 짓기 시작합니다.

괜히 나 때문에 억지로 짓는 표정은 아닌지... 걱정은 되나 이미 머리 위로 손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아빠의 손이 허둥지둥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을 봤지만 모른척할 겁니다.

그보다는 반가움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미소를 숨길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치킨 시켜먹자고 말해볼까 합니다.






잔향이 담긴 외침에 담배를 쥔 손에 힘을 풀며 뒤를 돌아봤어요.

힘없는 내 모습을 보진 않았을지... 걱정은 되나 제 어깨는 이미 올라가 있네요.

밤에 나와서 기다리지 말라고 잔소리는 나중으로 미룰 거예요.

그보다는 반가움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미소를 숨길수가 없거든요.

집에서 피자 시켜먹자고 말해볼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