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사심슨 Jan 02. 2020

진정한 시어머니는 신혼여행도 관리하신다.

시집살이 개집살이 9

진정한 시어머니는 신혼여행도 관리하신다.

신혼 여행은 뉴욕-칸쿤으로 정했다.

뉴욕에는 신랑의 친척도 있고, 내 친척도 있었다. 서로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는지라 보고 싶은 마음이 각별했다.

게다가 신랑의 친할아버지도 뉴욕에 계셨다. 나는 결혼만큼은 집안의 큰 경사이니 신랑의 할아버지께 꼭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신랑은 내 뜻에 너무나 고마워해주었다. 하지만 전일정을 뉴욕에서 보내는 건 아쉬울수 있으니 뉴욕에 들렀다 칸쿤을 가기로 결정했다.

신혼 여행을 알아보기 전까지 나와 신랑은 칸쿤이 어떤 곳인지 몰랐다. 미국의 듣보잡(?)도시쯤 될까? 했는데.

요즘 핫한 신혼여행지였다. 게다가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휴양지라고 하고, 영화 섹스앤더시티1에도 나온 곳이더라.

바로 이곳이다! 싶었다. 하와이나 몰디브는 왠지 살면서 신혼 여행이 아니더라도 갈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칸쿤은 신혼 여행이 아니면 갈 엄두를 잘 못낼것 같았다.

게다가 올인크루시브라는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결혼준비에 지친 신혼부부를 위한 아주 최고의 서비스 아닌가.

우리는 신혼여행지를 결정한후 양가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시어머니는 뉴욕은 많이 들어봤으니 미국인걸 알겠는데 칸쿤은 대체 어디냐? 하셨다.

나는 칸쿤은 멕시코라고 말씀드렸다. 멕시코라는 말을 듣자마자 시어머니는 화들짝 놀라셨다.

시어머니의 머릿속에는 마약왕, 총기, 폭행, 강도 등의 이미지가 그려지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왜 하필 멕시코를 가냐고 채근하셨다.

시누이네처럼 하와이를 가지그러냐고 하셨다. 뉴욕에 방문하는 우리의 취지를 말씀드리고, 칸쿤이란 도시는 안전한 곳이라고 설명드려도 못마땅해하셨다.

계속해서 시누이네처럼 하와이가 낫지 않냐고 하셨다.

나는 시어머니가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가 됐지만 말끝마다 “시누이네처럼”이라고 말하는게 듣기 싫었다. 그건 어머님의 습관중 하나였다.

내가 간소한 혼수를 장만할때도  “은정이네 같은 걸로 사야돼.”라고 하셨다. 시누이는 나보다 몇 년전에 결혼했다. 그러니 전자제품이나 주방용품들은 당장 사도 시누이네꺼보다 좋을터였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말끝마다 시누이네처럼, 은정이네처럼을 반복하셨다. 이번엔 그 영역이 신혼여행까지 확장된 것이었다.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도 ‘시누이네 같은 하와이’를 강조하시기에 나는 쐐기를 박아버렸다.


“요즘 누가 촌스럽게 하와이를 가요. 하와이는 이제 한물 간 신혼여행지에요. 아가씨 세대나 하와이를 신혼여행지로 떠받들죠.”


제 진심은 아닙니다. 하와이로 신혼여행 가신 신혼부부님들.....(꾸벅꾸벅)


육아와 살림에 힘들때면 더 생각나는 칸쿤의 올인크루시브...



이전 06화 신혼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