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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사심슨 Jan 03. 2020

진정한 시어머니는 첫날 밤부터 관리하신다.

시집살이 개집살이 10

진정한 시어머니는 첫날 밤부터 관리하신다.

결혼식 바로 전날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건 아마 신랑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새벽 4시에 예비 신랑에게 카톡을 했다.



결국 우리는 밤새 한 잠도 못잤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다 식장으로 갔다.

사람의 체력은 정말 놀랍다. 중요한 날이란걸 인지하자마자 몸은 저절로 각성하며 우리를 일으켜 세웠다.

결혼식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신부 대기실에서 한 시간여동안 하객들과 사진을 찍었다는데 한 시간이 아니라 10분 밖에 안찍은것 같았다.

그러다 금세 신부입장이 되고, 주례사를 듣고, 마무리 촬영을 했다. 폐백을 하러가기전 우리는 연회장을 돌며 귀한 시간을 내준 하객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런데 신랑의 지인이 짓궃게 소주를 종이컵 한 잔에 가득 따라 신랑에게 억지로 먹였다. 신랑은 주량이 센 편이라 평소 같았으면 그 정도를 먹어도 알딸딸하기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밤새 한잠도 못자고, 결혼식이라고 온몸은 경직되어있다가 알콜이 들이닥치니 속절없었다. 다행히 외양으로는 크게 티가 안나서 폐백 촬영까지 무사히 마쳤다.

마지막으로 웨딩카를 타고 공항 근처 호텔에 갈 일만 남았다. 신랑 친구들과 내 친구들이 출발 하기 전까지 기다리며 배웅해 주었다.

나는 친구들과 결혼식 이모저모에 대해 간단히 얘기하며 꺄르르 거렸다. 그런 내게 시어머니는 다가와 신신당부를 했다.


“리사야. 오늘 오빠 절대 피곤하게 하면 안된다.”


넹? 그 말이 왜 지금 여기서 나와...요?

황당한 멘트에 나는 일단 알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다시 얘기를 하려는데 어머님이 나를 다시 잡고 말했다.


“알겠지? 오빠 저얼대! 피곤하게 하면 안돼!”


을겠드그요...하루종일 웃고 있던 안면근육이 떨려오고 어금니가 꽉 깨물어졌다.

웨딩카가 출발하고, 차창 밖으로 우리를 배웅해 주던 사람들이 점점 멀어졌다. 그 너머로 시어머니의 염려스러운 표정이 또렷이 보였다.

아마 조선시대였으면 창호지 문을 벌집처럼 뚫어서라도 첫날 밤 관리를 하셨을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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