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말했다시피 우리 신랑은 다정한 편이다.
애정표현도 많이 하고, 내가 하자는 건 대부분 오케이 해준다.
그런데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주사’다
헉? 주사가 단점? 작가 완전 바보 아냐? 그게 얼마나 엄청난 건데!
할수도 있겠지만....이 주사라는게 굉장히 애매하다.
일단 신랑은 만취하면 엄청난게 앵긴다.
계속해서 ‘여보! 여보!’거리며 나를 찾는다. (더불어 스킨쉽도....///)
연애때는 이게 귀여워 보였는데 결혼해서 밤늦게 저러고 찾아되니 짜증나기 그지 없었다.
하루는 회식을 하고 만취한 채로 들어왔다. 나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그 날은 신랑이 나와 11시까지 집에 들어오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그런데 시간은 어느새 새벽 한시었고, 어김없이 잔뜩 취해서 들어왔다.
문득 내 안에 서러움과 분노가 치밀었다.
나는 자기 하나 믿고 이 먼 타지까지 와서 시집살이하며 살고 있는데 어떻게 나랑 한 약속을 안지킬수가 있지? 싶었다.
그 날은 내가 11시부터 전화를 해댔다. 어디냐, 얼른 들어와라, 죽을래?라고까지 말했다.
내가 신랑에게 전화를 해대자 시어머니는 슬쩍 옆으로 와 코치코치 간섭하셨다.
“오빠 어디래?”
“몰라요.”
“전화 안받아?”
“받는데, 제정신이 아니에요.”
“어휴.....어딘지만 물어봐 엄마가 데릴러 갈테니까.”
난 이 말에 기가 찼다. 아들이 술먹고 인사불성 된 걸 혼낼 생각은 안하시고 데릴러 갈꺼라고?
가재는 게편이라더니....
나는 시어머니의 말에 더 설웁고, 신랑의 철없음에 좌절하며 큰 고독감을 느꼈다.
중간 중간 신랑에게 전화가 올때마다 나는 두 모자에게 느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더 표독스럽게 지껄였다.
“아 빨리 들어오라고! 나이가 몇 살인데 약속 하나 안지키냐고!!”
“오든지 말든지 뒤지든지 맘대로 해!!”
엄청 큰 소리로 말했으니 아마 안방에 있던 시어머니 귀에도 다 들렸을 것이다.
이윽고 신랑이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현관에 픽 주저 앉길래 일으켜 세우는데 시어머니가 나와서 나와 같이 신랑을 일으켜 세웠다.
나는 신랑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나: “아니 지금 대체 시간이....”
시어머니: “야!! 너는 지금 시간이 몇시야? 어?!”
시어머니가 별안간 신랑의 등짝을 세게 후려치며 큰소리를 치셨다. 하지만 신랑은 두툼한 롱패딩을 입고 있었기에 시어머니가 세게 치신들 소리만 클뿐이었다.
겨우 겨우 신랑의 외투를 벗기고 바닥에 눕혔다. 내가 다시 뭐라뭐라 할려고 하는데 시어머니가 신랑을 발로 차면서 말했다.
나: “이 지경이 되면서 술을....”
시어머니: “정신차려!! 이놈아! 이놈이 진짜 미쳤나!! 이제 결혼도 했으면 술을 조절할줄 알아야지 어?!”
신랑은 시어머니의 잔소리가 듣기 싫었는지 고개를 파묻으며 알겠다고 중얼거렸다. 시어머니는 아까보다 더 세게 신랑의 등을 후려치며 말했다
시어머니: “리사는 너하나 믿고 여기 와서 살고 있는데 너가 이렇게 술 쳐마시고 다니면 어떡해 이놈아!!”
나:”................”
아니...나도 뭔가 말을 좀 후려치고 싶은데...말 할 틈이 안나네...쩝..
나는 머쓱하게 신랑을 팽개치고 한걸음 물러서서 서 있었다. 시어머니는 신랑의 등짝을 연신 후려치시며 신랑을 옷방으로 밀어 넣으셨다.
술냄새 나니 오늘은 이 방에서 자라는 말과 함께....
다음날. 제법 정신을 차린 신랑이 일어나마자 내게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를 했다.
나는 이때다 싶어 어제 못다한 잔소리를 퍼부었다.
“철 좀 들어! 나이가 몇 개인데 아직도 술조절 하나를 못해?”
신랑은 내 말에 반성하며 고개를 숙이고 시무룩해 했다. 시어머니는 옆에서 보고 있다가 한마디 하셨다.
“어제 그래도 엄마가 많이 혼내줬어. 반성 많이 했을꺼야.”
이 말을 하며 어머니는 이제 그만하라는 표정을 지으셨다. 나는 아무래도 게편인 가재에게 선수를 빼앗긴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