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사심슨 Dec 26. 2019

혼수를 다이소에서 사더라도 분가를 했어야했다.

시집살이 개집살이 3


어쩌다가 시집살이를 시작하게 됐냐고? 뻔하지 뭐. 돈이다. 돈이 없다기 보단 애매하게 있는게 문제였다.  

남편은 십년 넘게 중견기업을 근속해 오면서 집과 차를 샀다. 아직 대출이 있긴 하지만 자기 명의로 마련했으니 성실하고 능력있는 셈이다.

연애시절. 시어머니와 남편은 집이며 뭐며 다 준비되어 있으니 몸만 오라고 했다. 물론 이 말을 믿을 멍청이는 아니었지만 애매하게 멍청했던 나는

신랑 명의로 따로 집을 사놓았단 뜻인줄 알았지 그게 지금 자기 엄마랑 살고 있는 집을 말하고 있는줄은 몰랐다. 어찌저찌 연애는 깊어지고, 정도 깊어졌던지라

결혼을 진행하면서 단연 집 문제가 대두됐는데. 이 놈의 집을 팔아 둘로 나누자니 재산 손실이 너무 큰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같이 살자고 내가 먼저 말했다. 게다가 그때 난 초년생이고, 친정은 어려워서 혼수를 거하게 할 형편이아니었다. 수중에 딱 천만원 있었다. 그 돈을 가지고 혼수며 결혼준비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보면 혼수를 다이소에서 장만하더라도 분가를 할껄 그랬다. 역시 애매하게 멍청했다. (아니면 핵멍청하던가.)

조금 기다렸다가 돈을 모아서 좋은 집으로 분가하자! 하고 생각했는데 그 땐 몰랐다. 들어올땐 내 마음대로였지만 나갈땐 내 마음대로가 아니란 것을....


여튼 그렇게 내가 자처한 시집살이가 시작되었다. 신혼+시집 살이가 어느정도 무르익었을떄. 내 미혼 친구들이 시집살이 하는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때 난 이렇게 말했다.


“365일 친구네 집에서 친구 부모님이랑 있는 기분이야.”


“깔깔깔, 맞네! 지금 남편이 어쨌든 전남자친구 아냐? 깔깔깔! 그럼 친구네 집이네~”


“근데 우리 부모님이 친구 부모님한테 뭔가 잘못해서 그 친구 부모님이 나를 별로 안좋아하는 상황? 암튼 그런 기분이야.”


한마디로 이유없이 죄인 같은 기분이란 얘기쥐. 내가 그냥 시어머니랑 같이 살자고 했을때 신랑은 정말 괜찮겠냐고 물었다.

어머님은 같이 살자고 한 결정에 별다른 대꾸가 없으셨다. 아마 반은 좋고, 반은 당연한거 아니야? 싶었을수도...

문득 아가씨 결혼 준비때 사위가 전셋집을 구하겠다고 한 매부에게 어머니가 한 말이 떠올랐다.


“집 사오는거 아니면 결혼 안시킬껄세!”

 

결국 매부는 역세권에 32평짜리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구해왔다. 아가씨의 신혼집 장만에 많은 발언권을 행사했던 어머님은

왠일인지 자기 아들이 구하는 신혼집에 있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셨다. 그리고 그 묵비권은 아직도 유효하다.


이전 02화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