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사심슨 Mar 26. 2020

동네 방네

시집살이 개집살이 28


우리 시어머니는 통화를 꼭 스피커 폰으로 하신다.

전자파가 머리나 얼굴에 닿는게 싫어서 그러신거라니 그러려니 할수 있지만

문제는 그 스피커 폰으로 굳이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까지 내 귀에 들려오는게 문제다.


우리 시누이는 종종 시어머니에게 전화해 자기 시댁이나 자기 남편 흉을 보는데

이 주제가 나오는 날이면 시어머니는 몹시 흥분하셔서 스피커 폰의 음량보다 더 큰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어느날은 ‘가방’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시누이가 출산을 한지 얼마 안된 무렵이었는데, 출산 기념 선물로 명품 가방을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매제가 안된다고 거절했는지, 시누이는 그 얘기를 자기 엄마에게 험담하고 있었다.


아니, 그래서 내가 가방 하나만 사달라고 했는데 안된다고 거절하는거야 엄마.”


아유-! 영수는 청소랑 밥만 잘하지 아주 그런 센스는 꽝이야 꽝!”


헐-

나는 모녀의 이런 얘기에 기가 찼다. 언제는 자기 아들이 청소하고 밥을 했다고 최고의 남편이라 칭찬하시더니...그 분 어디 가셨을꼬?

안들었으면 몰랐을 그들의 생각을 들은게 기분이 나쁘고 은근 짜증이 났다. 시누이가 매번 전화해서 시댁과 제 남편 흉보는 것도 더 밉쌀 맞아졌다.

그래서 그 언젠가 시누이네 부부가 놀러왔을때 나는 매제에게 말했다.


매제-! 우리 아가씨 가방 좀 사줘요! 어머님이 그 얘기 듣고 얼마나 속상해 하셨는데요!”


내 말에 매제는 시누이를 쳐다보고, 시어머니는 몹시 당황하셨다.


어머, 얘는...무슨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어? 이거 비밀이었어요? 저는 어머님이 스피커 폰으로 얘기하시길래 비밀 아닌줄 알았어요!”


시어머니는 그런 뜻 아니었다며 애써 수습하셨지만 매제도 시어머니의 성격을 아니까 아마 어떤 식으로 자기를 험담했는지 감은 잡았을꺼다.

그 뒤로 어머니의 스피커폰 사용 빈도는 급격히 줄었다. 여차하면 내가 동네방네 떠들테니까.


이전 22화 가정의 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