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 개집살이 31
우리 시어머니의 콩깍지는 대단하시다.
신랑이 갓 제대했을때 아놀드 슈와제네거 같았다고 하시고
시누이가 더 젊었을때는 몸매가 마네킹 같았다고 하신다.
뭐, 사실 시어머니의 말이 딱히 과장된건 아니다.
신랑이나 시누이 둘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긴 편이라 뭘 입든 옷맵시가 잘난다.
특히 대대로 내려오는 오리 궁둥이 덕에 바지를 입으면 핏이 정말 예쁘다.
자녀들의 그런 멋지구레한 모습만 봐오셨던 탓인지.
시어머니는 시누이가 출산후 살이 찐것에 대해 당사자인 시누이보다 본인이 더 민감하게 구셨다.
내가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샐러드를 주문해 먹으면 냉큼 정보를 물어보시고 딸에게 알려주거나
저녁에 뭘 먹었냐며 시누이의 식단을 체크하시기도 했다.
한번은 온 가족이 모여 밥을 먹는 날이었다. 그날 시어머니는 오랜만에 간장게장을 준비해놓으셨다.
한국인이라면 알겠지만 간장게장은 기본이 밥 두 공기다.
가족들이 모두 좋아하는 메뉴라 모두들 밥 두 공기씩은 먹구 있는데, 시누이 역시 한 공기 더 먹겠다며
밥을 푸려고 일어났다. 그런 시누이를 시어머니가 말렸다.
“야, 너는 내가 밥을 얼마나 많이 펐는데 그걸 다 먹고 또 먹는다 그래! 그만 먹어! 배나와!”
“아 왜그래- 간장게장인데 밥을 그만먹으라고 하는게 어딨어-!”
“너 여기서 살 더 찌면 안돼!!”
시어머니의 말투는 단호하고 분명했다. 정말 더는 못 먹게 할 셈인듯 했다.
그럼에도 시누이가 밥을 한공기 더 푸자 시어머니는 하나 남은 게딱지를 아예 내 밥 그릇에 올려주며 말했다.
“넌 그만먹어!! 리사야, 이거 네가 먹어.”
“헉..어머님, 저도 지금 두 공기짼데....”
“넌 좀 쪄두돼! 근데 쟨 안돼!”
시어머니는 아예 내 밥 그릇의 밥을 게딱지에 넣고 비비며 내게 먹으라고 줬다.
시누이는 너무한다며 궁시렁됐고, 나는 추가된 게딱지에 밥 반공기를 더 먹어야했다.
정말 맛있었지만 뭐지 이 상처뿐인 영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