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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규민 Jun 08. 2021

똥을 만났으니 횡재하려나?

산책길에 만날 수 있는 것들

인동초 향이 진하게 날리는 산책로를 걸었다.

꽃이 쌍으로 피는 인동초는 사람을 닮았다.

혼자는 외로워 둘이 핀다는 억지 생각을 해봤다.

아주 이른 시간이 아니어서 그런가?

마스크를 쓴 산책인들이 간간히 스친다.

마스크를 손에 들고 오다가 사람이 보이면 마스크를 쓴다.

새로운 습관과 적응하려는 모습이다.

해변산책로를 걷다 보면 물 빠진 갯벌에서 무언가 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며칠 전엔 긴 장화를 신고 물속에서 미역 건지는 모습도 봤었다.

무엇을 캐는지 궁금하여 산책 방향을 바다로 틀었다.

짠물 비맀네가 훅 들어왔다.

인사를 건네자 환한 웃음으로 대답한다.

"뭐 캐세요?"

"바지락 캐요 어디서 오셨소?"

아줌마들의 인사는 고향 얘기와 나이 묻기로 끝났다.

말투에서 묻어나는 고향은 짐작이 됐다.

짠 바닷물로 키워낸 바지락이 오늘 캐도 나오고 내일 또 캐도 나오는 게 첨엔 너무 신기했었다고 내 속을 읽는 듯 얘기해준다. 신기해서 한참을 보고 있었더니 그런다.

호텔 손님께 알려줄 주변 맛집도 물어보고 시간 되면 커피 마시러 오시라는 인사를 뒤로 하고 육지 산책로로 나왔다.

인사 튼 동네 주민 1호와 아쉬운 헤어짐이었다.


요즘 제철인 장미 넝쿨을 이고 있는 집을 지나고

어느 집 텃밭에는 양배추, 상추, 대파가 싱싱했다.

인동초를 한참 지났음에도 향이 남아 코가 상쾌했는데

아뿔싸~

간밤에 다급하신 분의 흔적이라니...

하필 여기서?

아침 산책길에?

둘러보니 화장실이 멀긴 하다만

사람들 기분 좋게 다니는 곳에 싸놓다니

급하긴 급했나 보다.

양이 많은 걸 보니 과식했나?

똥 보면 횡재한다더니

그래서 바쁜 하루를 보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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