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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mz Sep 06. 2018

오롯하다.

모두가 오롯할 수 있기를,




모두가 오롯할 수 있기를



 

 나는 언어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하나의 언어는 결코 다른 언어로 완전한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번역이라는 기술이 있지만, 번역된 언어로 최대한 가까운 의미가 전달되는 것이지 본래의 의미는 아닌 것이다. 그래서 번역가는 언어 실력보다 '느낌'을 잘 느껴야겠구나, 싶다.


 각설하고, 그런 의미에서 다른 언어로 쉽게 번역되기 힘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오롯하다'라는 말이다. 사전 상 의미는 '모자람이 없이 온전하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사전적 정의만 읽어서는 오롯함의 느낌이 그리 와 닿지 않는다.


 뒤에 붙은 '온전하다'는 '본바탕 그대로 고스란하다, 잘못된 것이 없이 바르거나 옳다'는 말이다. 오롯함은 이 온전함의 의미와 많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완벽함 혹은 완전함에 포인트가 맞춰진 것 같아 조금은 거리가 있는 듯 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느낌이지만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오롯함은 단순히 결함이 없이, 완전한 이미지만이 아니다. 조금 더 흔들림이 없이 단단하며, 뭔가 뚜렷하게 선명하기도 하고, 거칠지도 않으며, 똑바르게, 소신껏 자신의 형상을 만들고 나아가거나 떠오르는, 정말 오롯함 그 자체인 것이다.


 이 단어에 꽂히게 된 이유는 다른 언어로 번역하고자 외국어 사전을 찾아보고 난 후였다. 일본어 사전에서의 오롯함은 단지 '완전히(完全に)'로 밖에 나타낼 수 없었다. 오히려 하나의 단어가 없이 '완전히 갖추어진 것, 남은 것도 부족한 것도 없음' 등으로 구구절절 적어 놓은 것이 아닌가. 영어 사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perfect, full, complete'라고 설명되어 있었는데, 역시 완벽함만을 나타내려는 듯했다. 그때서야 오롯함은 오롯할 뿐이라는 것을 느꼈다.


 난 참 오롯하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이들도 각자 오롯하게 살기를 바란다.


 자신의 주관에 있어 완전할 수 있기를, 어떤 거센 것에도 부서지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며, 겉은 유하지만 내면은 강하게, 급하지 않고 찬찬히 바른 길을 나아갈 수 있기를. 그렇게 모두가 오롯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국어사전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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