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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산결 Apr 12. 2020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 기억의 무게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1993)


1.     <기억 전달자> 소감

-       오랜만에 읽은 소설입니다.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인 만큼 편하고 잘 읽혔지만 내용은 생각보다 심오했습니다. 자유와 그에 따르는 책임 사이의 균형에 대해 오랜만에 생각해보았습니다. 가끔은 『기억 전달자』의 배경이 되는 세상을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 세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회/정치/경제적 문제들은 인간에게 주어진 방만한 자유로 야기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거대담론이 아니더라도 우리 일상에서 개인의 자유에 수반되는 책임이 충분치 않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더러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는 ‘사회주의’ 체제 등의 사례를 보면 자유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결국 인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지만, 그 자유가 초래하는 결과에 대해서는 꾸준히 고민해야 되는 것이며, 이런 점에 대해 『기억 전달자』는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쉬운 소재로 환기시키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     기억을 한 단어,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       장미


3.     ‘통제되어 있는 세상’은 어떤 느낌을 주나요?

-       『기억 전달자』 속 통제되어 있는 세상은 소설 초기에는 의외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쳤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육체적, 정신적 연령에 알맞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전거, 머리띠, 옷 등을 전달받습니다. 덕분에 이 곳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신체발달 수준으로 인해 자전거를 타다가 심하게 다치는 아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12살이 되는 해에 평생 몸 담아야 하는 직업(직위)이 사회 원로들로부터 부여됩니다. 제비뽑기 방식처럼 무작위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원로들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세월을 관찰하면서 아이들의 성격, 취향, 흥미, 과거 활동 등을 분석하여 가장 적합한 진로를 찾아 주기 위하여 노력합니다. 반대로 지나친 경쟁과 현실적인 고민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더 바람직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       하지만, 이 세상의 모습 중 저에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소설 속 세상에는 색깔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색깔의 차이와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인종차별 등)를 없애기 위해 소설 속 세상은 ‘늘 같음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누군가의 시각에서는 굉장히 평등한 세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개성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으로 보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 물건 등이 고유의 색깔을 가지고 이는 각자의 특성이 됩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선택할 때에 색깔은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 중 하나가 됩니다. 하지만, 흑백사진과 같은 이 세상에서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가 없어진 것입니다.


-       두 번째로 이 곳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의미한 감정이 되었고 이는 ‘즐거움’이나 ‘성취감’ 등의 단편적인 감정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어쩌면 앞서 얘기한 것처럼 사람들 사이에 개성이라는 것이 없어졌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애초에 생길 수 없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조차도 피가 이어준 가족 간의 유대가 아니라 효율성과 적합성에 따라 아이가 가정에 분배되는 면만 보아도 ‘사랑이라는 것이 애초에 존재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이 점을 확실히 보여주는 장면이 주인공 ‘조너스’가 자신의 부모님에게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묻는 장면입니다.


4.     만약 내일부터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세상과 소설 속의 세상이 나뉘어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20년 뒤에 다시 선택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어디를 선택하고 싶으세요?

-       만약 한 달만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면 소설 속 세상을 겪어볼 의향이 있지만, 20년을 참고 견디기에는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5.     만약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       4번 질문의 답변과  같습니다.


6.     <기억 전달자> 중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이나 문장

조너스는 당황해서 얼굴이 붉어지는 걸 느꼈지만 억지로 말했다. 별채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걸에 마음속으로 연습한 말이었다.

“절 사랑하세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아버지가 킬킬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조너스, 너는 모두의 아이야. 제발 말 좀 정확하게 하렴!”

(이하 생략)


7.     소설 속에선 12살이 넘어가면 사회 원로들이 그동안 아이들을 관찰한 것을 토대로 아이들의 직업을 정해주는데 이 부분이 부럽진 않으셨나요?

-       소설 속에서 나오는 제도 중 합리적인 편이라고 생각한 것들 중 하나였습니다.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과 꿈을 잃은 채 현실의 요구에 순응하는 많은 아이들, 청년들의 모습과 대비하면 소설 속 세상이 더 바람직할 수 있겠다’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에도 다시는 직업을 바꿀 수 없다는 그리고 소설 속 12살이 현실의 12살과 같다면 직업이 결정되는 성장 과정이 너무 짧다는 큰 결점으로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삶과 업이 분리할 수 없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 인생에서 나의 적성과 진로 그 자체만큼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실패도 하고 성취감을 느끼며 깨달음을 얻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전체가 생략된 채 쳇바퀴처럼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듭니다.


8.     <기억 전달자>를 누군가에게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       옛 기억이 벅찰 때 그 마저도 나의 존재를 공고히 해주는 것임을 느끼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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